[노석조 특파원 트리폴리 르포] 총성 속 핏자국 닦아내며 복구 주력…시민들 자발적 동참

입력 2011-08-28 18:53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는 아직도 밤낮으로 총성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빗자루와 삽을 들고 나온 시민들에 의해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28일 오후 4시(현지시간) 리비아 시민혁명의 상징인 ‘순교자의 광장’ 주변에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쓰레기를 치우고 물을 뿌려 바닥에 얼룩진 핏자국을 닦아 내고 있었다. 이슬람 라마단 기간이라 금식 중인 이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산발적으로 울려오는 총성 가운데서도 거리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일부 젊은이들은 ‘순교자의 광장’ 바닥에 얼룩진 핏자국 위에 어른 몸통 크기의 카다피 사진을 올려놓고 발로 밟으며 “꺼져라! 꺼져라! 더러운 벌레 같은 카다피야!”라고 외쳤다.

광장 근처 고층 건물에는 카다피 얼굴의 현수막이 찢어진 채 걸려 있고, 건물 벽면에 그려진 카다피 얼굴은 빨간 페인트로 덧칠돼 흉측한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트리폴리는 복구되고 있지만 상수도는 폐쇄되고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양손에 물통을 들고 있던 40대 중반의 하니 알 하산씨는 “카다피가 수돗물에 독극물을 뿌렸다는 소문이 있어 상수도를 일절 못 쓰고 있다. 근처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몸을 씻었다”며 “식수를 구하러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대사관이 모여 있어 상대적으로 시설 기반이 안정적인 가르가르에쉬 거리조차 낮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밤 9시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만 전기가 들어왔다.

노석조 특파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