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상인도 손님도 울상

입력 2011-08-28 21:52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농수산물 가격에 서민들이 추석 상을 차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농수산물 가격이 오른 것은 올여름 폭우 탓이 크다. 농산물은 작황이 좋지 않고 수산물은 어부들이 출어를 못해 어획량이 줄었다. 공급이 감소하니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26∼28일 재래시장과 대형 마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너무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도 “가격이 너무 올라 손님에게 팔기가 민망할 정도”라며 “올해 추석 대목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 26일 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가락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하루 평균 도·소매 상인과 농산물 생산자 등 13만명이 이용한다. 자정까지 이어진 경매 내내 짜증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워낙 적은 물량이 경매에 나왔고,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았기 때문이다.

배추 한 포대(10㎏)는 9268원에 거래됐다. 5월 평균가 3230원보다 3배 가까이 올랐다. 한 도매상은 “작황이 나빠 품질도 좋지 않은데 가격은 너무 비싸다”고 투덜거렸다.

배추, 호박, 깻잎, 부추 등 농산물과 사과, 배 등 과일 가격은 몇 달째 고공행진 중이다. 유랑상회 장병수(47)씨는 “추석에 자주 찾는 과일이나 채소 위주로 팔려고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손님들에게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손해를 감수하고 ‘떨이’로 팔거나 아예 영업을 쉬었다. 28일 서울 청량리청과물시장은 문을 닫은 점포가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비싸게 과일을 들여와도 잘 팔리지 않고, 싸게 팔면 손해를 보니까 문을 닫은 가게들”이라고 귀띔했다. 소매상 이준식(50)씨는 “손해를 감수하고 도매상에서 사온 가격 그대로 배를 내놓아도 비싸다고 사는 손님이 없다”고 했다.

폭우로 어획량이 급감한 수산물도 가격이 올라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27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은 토요일인데도 한산했다. 그나마 있는 손님들도 가격만 보고 돌아갔다. 소매상 권영애(62·여)씨는 “폭우 전에는 갈치는 2마리에 8000원 정도였는데 최근 1만원까지 올랐고, 꽃게는 ㎏당 8000원 하던 게 요즘은 1만5000원”이라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 명절이 코앞인데도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와 슈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신림동의 한 대형 마트는 ‘추석 물품 코너’를 마련했지만 진열대를 찾는 손님은 적었다. 매장 직원은 “비싸다고 한마디씩 하고 가는 손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을 했지만 3개월치 월급 600여만원을 받지 못한 이모(55)씨는 “당장 생계를 이어가는 것도 막막해 명절 준비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씨와 같은 임금체불 노동자가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선희 진삼열 최승욱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