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SKT-KT 피말리는 경매싸움…차세대 황금알 주파수가 업계 판도 좌우

입력 2011-08-28 22:43


주파수 1.8㎓ 대역의 경매 가격이 1조원에 육박하는데도 SK텔레콤과 KT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주파수 확보 여부에 따라 향후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2세대(G) 시대에는 800㎒가, 3G 시대에는 2.1㎓가 황금 주파수였다. 차세대 4G 롱텀에볼루션(LTE) 시대의 핵심 대역은 바로 1.8㎓다. 전 세계적으로 LTE 이동통신 서비스는 1.8㎓ 대역에서 주로 제공되고 있거나 제공될 예정이다. 따라서 우수한 단말기 확보, 해외 로밍 서비스 등을 위해 양사가 모두 1.8㎓ 대역에 집착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4455억원으로 시작된 경매가는 26일 현재 9950억원까지 올랐다. KT가 26일 마지막 경매에서 ‘입찰 유예’를 신청하면서 29일 재개되는 경매가 1조원을 넘기느냐의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파수는 음성, 데이터, 동영상 등을 실어 나르는 ‘도로’에 비유된다. 도로가 넓을수록 속도가 안정적이고 빨라져 통신 품질이 좋아진다. KT가 1.8㎓ 대역을 받으면 기존 2G 서비스를 하고 있던 20㎒의 1.8㎓ 대역을 LTE에 활용해 40㎒에 달하는 광대역 폭을 가지게 된다. LTE에서 출발이 늦은 KT로서는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K텔레콤으로서는 2G와 3G까지 보유한 주파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1.8㎓를 KT에 넘겨주게 될 경우 역전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주파수 확보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LTE용 주파수는 2G용인 800㎒에서 떼 낸 20㎒ 폭 뿐이다. LG유플러스만 해도 상용화한 800㎒ 대역 20㎒ 폭과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새로 받은 2.1㎓ 대역 20㎒을 합치면 40㎒에 달한다.

SK텔레콤과 KT는 1조원 안팎까지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주파수를 낙찰받은 사업자는 3개월 안에 낙찰가의 25%를 지급하고, 나머지 75%는 10년에 걸쳐 균등 분할 납부하게 된다. 1조원으로 경매가 끝날 경우 2500억원만 올해 안에 납부하고, 나머지 7500억원은 750억원씩 나눠 내면 된다. 경매 대금 중 55%는 지식경제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45%는 방통위 몫의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28일 “1조원을 앞두고 입찰 유예 신청을 했던 KT가 29일 다시 입찰에 참여한다면 1조원대 중반까지도 가격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8㎓의 가격은 이미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경매제가 도입되기 전 주파수 할당 대가 최고 기록은 올해 SK텔레콤이 800㎒ 대역 30㎒ 폭을 10년간 재할당 받기로 하면서 지불을 약속한 약 8925억원. 1㎒ 폭당 연간 지급액은 약 30억원 정도였다. 1.8㎓ 대역이 1조원에 끝난다 해도 사용기간(10년)을 적용하면 사업자가 1년에 1㎒ 폭당 내야 하는 대가는 50억원에 이른다. 앞서 3G용으로 할당된 2.1㎓ 대역 할당 대가가 1조3000억원으로 높지만 대역폭이 40㎒이고 할당기간도 15년으로 길어 1㎒당 연간 주파수 대가는 22억원밖에 안됐다.

이 때문에 현재 마지막 최고 입찰가로 낙찰될 때까지 라운드를 거듭하는 ‘동시오름입찰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동시오름입찰방식이 아니라 한 번에 원하는 가격을 제시해 최고가를 가리는 ‘밀봉입찰방식’을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주파수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당장 요금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통신사업자들은 요금인하 요인이 발생할 경우 주파수 할당 대가를 앞세워 가급적 요금을 덜 내리거나 더 많은 요금을 올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