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반심의, 청소년 보호도 중요하다

입력 2011-08-28 22:15

대중가요 가사에 ‘술’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한 정부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SM 더 발라드’가 발표한 노래 ‘내일은’에 대해 “노래에 포함된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와 ‘술에 취해 잠들면 꿈을 꾸죠’는 술을 권장하는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번 판결이 아쉬운 것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대신 청소년 정서를 보호하는 사회적 임무를 소홀히 여겼다는 점이다. 대중가요를 문학과 같은 반열에 놓고 비유한 부분부터 그렇다. 재판부는 청소년에게 접근이 허용된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술을 마시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노래가사만 따로 엄격히 다룰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노래 가사는 종이에 씌어진 활자매체로서의 문학과 다르다. 가사에 담긴 메시지가 선율에 어울려 전달될 경우 강력한 각인효과가 있다는 점은 이미 학문적으로 증명된 바다. 어린 꼬마들이 어른이 듣기도 민망한 노랫말을 아무 생각 없이 흥얼거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나이의 경우도 청소년보호법상 미성년자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19세 이하일 뿐이지 실제로 가요의 소비계층은 초등학생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법원은 다행히 음반심의제도 자체는 인정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 1970년대 유신시절의 금지곡과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다. 체제비판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청소년의 정서를 지키기 위함인데도 공안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지나치다. 다만 정부는 재판에서 확인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운 심의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음반심의위원장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한데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문화예술에 대해 개인적 소견을 밝힌 글을 트집 잡아 심의방향과 연결시켜 해코지 하는 것은 옹졸한 일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