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서승환] 전월세 대책 유감
입력 2011-08-28 18:04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이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가을철 이사수요에 의한 시장 불안정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8일 금년 들어 다섯 번째로 전월세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전월세 방안의 논의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최고가격제의 변형된 형태인 소위 전월세상한제가 포함될 것인지의 여부였다. 집주인이 함부로 전월세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강제하겠다는 전월세상한제는 다른 포퓰리즘적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대중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는 반면 그 부작용이 아주 오래 간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미 여러 나라들의 경험을 통해 그 폐해가 충분히 알려진 전월세상한제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전월세 대책의 핵심내용은 수도권의 경우도 자기 집 이외에 집 한 채만 더 있어도 매입임대사업자가 될 수 있게 하고 이들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혜택으로 조세형평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어 염려된다. 매입임대사업자에게 세제지원을 해서 임대주택의 공급이 증가되어 전월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면 정책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충족되는 셈이지만 그 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했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가 사는 집 이외의 집들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다. 추가적인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번 세제지원에 의해 기존의 미분양 아파트 등을 구입하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람들이 생겨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상당히 오래 지속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의 추가적인 혜택으로 임대사업자가 되기 위해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번 전월세 안정대책의 효과가 의문시되는 가운데 대책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대책에 의하면 매입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3년 이상 거주조건을 만족하면 양도세를 면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격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는 상황이지만 만일 거주 주택가격의 기준이 9억원 이하로 제한되지 않는다면 1가구 1주택에 비해 특혜가 된다. 1가구 1주택이라고 해도 9억원이 초과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심정적으로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면하게 해주는 정도가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임대주택사업자의 요건을 완화하면서 임대주택을 종합부동산세의 합산과세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기본적으로 잘못 만들어진 세금으로서 재산세를 적절히 조정하여 재산세와 합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가 갖는 기본 논리의 하나는 재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이와 같은 재산관련 세금의 기본 원리가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기가 거주하는 주택의 가격이 6억원이고 6억원짜리 임대주택을 갖고 있는 임대사업자는 임대소득도 올리고 종합부동산세도 한 푼도 내지 않지만 12억원짜리 주택 한 채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수백만 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서민들의 주택구입 능력을 올리는 일,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일들은 모두 주택가격의 안정을 전제로 한다. 이번 대책에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전월세 대책은 임대주택의 공급을 증가시켜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임대주택의 공급증가에 주택 공공부문의 힘을 집중시켜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면 주택 매매가격도 따라서 안정되어 모두의 주거환경이 개선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승환(연세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