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나에게로 가는 길
입력 2011-08-28 18:05
창가에 닿은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창문을 열어젖히니 결 고운 바람이 기분 좋게 찾아들어 상큼하게 아침 인사를 한다. 무의식중에 콧노래가 절로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나에게로 가는 새로운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요즘은 마음에 감사한 생각이 많아졌다. 믿음의 공동체에서 영혼이 맑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니 따뜻한 온기가 주변에 가득하다. 서로서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다 보니 마음으로 하는 말을 듣고 전할 수 있어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조금 더 커졌다.
정말 모든 건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복중에 복인 행복도 환경이 아닌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부귀영화를 누리면서도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 불우한 환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평안과 감사를 안고 사는 사람도 있다.
죄인 둘이 감옥에서 같은 방에 갇히게 되었는데, 한 사람은 언제나 푸른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과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보며 시 창작에 몰두했고, 또 한 사람은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고 날이 개이면 먼지가 풀풀 날리는 땅만 바라보며 원망과 불평으로 자신을 파괴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단다. 한참 세월이 흘러 각각 출옥하게 되었는데 하늘을 바라보며 시를 짓던 사람은 시집을 출간하고 생의 보람과 환희를 맛보게 되었지만, 땅만 쳐다보며 자신을 학대하던 사람은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한다.
미래를 향한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아마 가장 비극적인 사람일 것이다. 자신을 불행한 존재로 여기게 되면 마음이 병들게 된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청소를 하지 않고 쓰레기를 방치하면 사람이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청소하지 않으면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실패와 원망스러운 일들에 집착하게 되어 불행은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희랍 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탈레스는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려운 일이며, 쉬운 일이라면 남을 충고하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스스로도 알 수 없었던 부분을 내 안에서 발견하게 되고 세상과의 관계 안에서의 나를 제대로 안다는 일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행복해지려면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기 환상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인생의 희비도 자신을 잘 알지 못해 삶이 헝클어져 일어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을 바로 보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내면에 잠재된 다양한 보석을 찾아 쓰는 사람은 행복한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긍정의 마음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바로 보며 마음의 소리를 읽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선한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꿈꾼다. 언제나 감사하며 나누고 퍼내도 줄어들지 않는 풍요로운 마음을 가진 채로 나에게로 가고 싶다.
김세원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