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베이징 환경오염 언제까지…
입력 2011-08-28 20:04
최근 한 지방지에 실린 ‘중국 도시 경쟁력’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행복감 높은 도시와 생활환경 우수 도시를 각각 뽑았는데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가 공통적으로 앞자리를 차지했다.
항저우야말로 오래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으로 일찍이 명성을 얻은 곳. 원나라 때 관직에까지 올랐던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는 항저우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동방견문록)“라고 했다지 않은가.
남송(南宋)의 수도였다든가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숨결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게 역사적인 자랑거리라면 시후(西湖)로 대표되는 호수에다 강과 산이 조화를 이룬 자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명문 저장대학이 자리 잡고 있을 만큼 교육 환경도 괜찮다.
무역항이자 군항인 칭다오는 우선 바닷가여서 공기가 맑다. 베이징의 우중충한 하늘 아래 사는 사람이라면 참 부러워할 만하다. 국가명승구역으로 지정된 라오산은 멋진 해변과 함께 칭다오를 유명한 해변 휴양도시로 만들어줬다. 칭다오 맥주, 가전업체 하이얼(海爾), 전기·전자회사 하이신(海信)의 본사가 이곳에 있다는 건 칭다오가 경제적으로도 앞서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항저우와 칭다오에 가본 바로는 두 곳이 살 만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은 데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은 최근 좀 다른 일로 주목을 받았다. 유독성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공장의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에 시 당국이 굴복하기에 이르렀다. 시민들이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여론 형성에 나서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의 한 기자는 “강경 일변도였던 정부의 과거 모습과는 참 많이 달라진 것”이라고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를 두고 “환경오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징표”라며 환경 문제를 둘러싼 ‘시위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의 오염된 공기와 하천을 보면 정말 그렇게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체제 안정을 해치는 불온한 발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맑은 공기, 깨끗한 물조차 갖추지 못한 베이징이라면 과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국제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