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논란 로봇수술 “40여개 질환에만 유용”
입력 2011-08-28 17:54
무분별한 시술로 기존의 복강경 및 개복 수술보다 크게 나을 게 없고 값만 비싼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로봇수술에 대한 첫 가이드라인(진료지침)이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은 25∼27일 제5회 ‘다빈치 라이브 심포지엄’을 열고 국내에서 남용 또는 과잉진료 논란이 일고 있는 로봇수술을 어떤 경우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규정한 새 진료지침을 개발,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지침은 세계적으로 로봇수술을 많이 시술하고, 각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다빈치 로봇 트레이닝센터도 운영하는 세브란스병원이 만든 것이어서 앞으로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은 “로봇수술 관련 유용성 논란과 함께 이를 제대로 검증한 자료가 많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들을 돕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외부 전문가 검증 등을 통해 계속 수정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진료지침은 내분비 및 소화기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소아외과, 신경외과, 심장혈관외과 등 8개 진료과목 40여개 질환에 대해서만 로봇수술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제한했다.<표 참조>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3월부터 43개 수술, 58개 적응증(질환)에 대한 국내외 임상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로봇수술과 일반 수술의 성적을 각각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해 왔다. 특히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질적 평가를 위해 진료과목별로 적용이 가능한 질환과 적용하기 힘든 질환, 다른 수술법과 비교해 우월한지 여부 등을 집중 검토했다.
그 결과 외과 의사들이 위암을 로봇수술로 해결할 경우 평균 8번 시술해봐야 하는 데 반해 복강경 수술은 약 50건이나 시술해봐야 안정 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수술을 익히는 기간이 복강경 수술을 익히는 기간보다 훨씬 짧다는 얘기다.
또 복강경 수술을 받은 위암 환자가 수술 후 5일 이내 퇴원하는 비율은 48.8%인데 반해 로봇수술을 받은 위암 환자들은 61%가 5일 이내 퇴원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시 출혈량도 로봇수술이 복강경 및 일반 개복 수술보다 38∼67%가량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갑상선암 및 경부 좌우측 림프절 전이’는 집도 의사에 따라 효과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따라서 세브란스병원은 이를 ‘고난도 술기’로 분류, 자격신임위원회를 통해 관련 기술을 완전히 익혔다는 판정을 받은 의사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7월 국내 처음으로 다빈치 로봇수술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총 6000여건을 시술했다. 다빈치 로봇을 이용하는 수술은 현재 40여개국, 1500여개 병원에서 시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30개 병원이 시술 중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