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핫 이슈’ 스파이더맨, 보니까 더 ‘핫’하네
입력 2011-08-28 17:27
미국 브로드웨이 사상 가장 긴 프리뷰 기간(182회), 잇단 사고와 배우들의 부상 및 공연 정지, 세계적인 록그룹 유투(U2)의 보노와 디 엣지가 맡은 음악…. 올해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이슈를 몰고 다닌 뮤지컬 ‘스파이더맨’의 현지 공연을 25일 찾았다. 다행히 안정기에 접어든 공연은 다른 의미에서 ‘핫’했다.
뮤지컬 ‘스파이더맨-턴 오프 더 다크(Turn Off the Dark)’는 미국 만화출판사인 마블 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번이 첫 편으로 스파이더맨의 탄생과 여자친구 엠제이와의 로맨스, 악당인 그린 고블린 박사와의 대결을 그린다.
‘스파이더맨’을 말할 때 무엇보다 화제였던 건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 주인공이 상징하는, 거침없는 상상력과 기술력이다. 전대미문의 시도였던 만큼 브로드웨이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배우가 부상했다는 소식이 몇 차례나 들려왔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교체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개막은 연기되고 또 연기되다가 올해 6월에야 이뤄졌다. 개막 후에도 무대장치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곧 잊혀질 것’이라는 혹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의 기술력과 물량공세를 따라잡기 힘든 한국 뮤지컬에 익숙한 입장에선 7500만 달러를 쏟아부은 ‘스파이더맨’에 대해 혹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대에서 1∼3층 객석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은 물론이고, 주연 배우들의 유연한 연기력 역시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무대다. 애니메이션의 기발한 발상을 십분 활용해 뉴욕을 표현한 소품과 장치, 무대전환은 ‘마블 코믹스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때의 전형이란 이런 것’임을 말하는 듯했다. 영화를 통해 익히 알려진 이야기는 예상대로 새로울 것이 없었으나, 뮤지컬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스펙터클은 무대 장치와 효과로 대체되고도 남았다.
10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이들은 뉴욕 시민과 뉴욕을 찾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었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스파이더맨이 객석으로 날아올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영어에 약한 관광객들은 이야기의 부족함에 관대했다. 오로지 미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시도에 미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관람이다. 무대와 기술만으로 브로드웨이와 승부해 보겠다는 제작자라면 추후에도 깊이 재고해볼 뮤지컬이다.
뉴욕=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