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어있는 묘지·풀, 미끄럼·풀독 조심… ‘벌초의 계절’ 안전사고 예방요령

입력 2011-08-28 17:35


추석 연휴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명절 성묘에 앞서 벌초에 나서는 때다.

벌초를 하러 갈 때는 조상을 기억하고 감사함을 표하고자 하는 애틋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이 마음만 가져가서는 안 된다. 올 여름은 특히 일조량이 적고,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벌초 시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기상청이 추석까지 지속적으로 비가 오락가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미끄러운 산행 길, 예초기 사용, 오랜 폭우로 인한 지반 약화, 습한 날씨로 인한 벌레 피해 등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젖은 풀로 인한 ‘풀독, 신증후군출혈열’ 주의보=많은 비가 아닌 오락가락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면 항상 풀이 젖어 있게 마련이다. 풀 정도쯤이야 라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슬이 있거나 비가 와서 젖은 풀에 피부가 접촉하면 풀독이 오른다. 풀에 스쳐서 생긴 작은 상처들이 심한 풀독을 일으키게 되는데, 피부에 좁쌀과 같은 붉은 돌기가 생기면서 아주 가렵고 시간이 지나면 진물이 나면서 부어오르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젖은 풀에 피부가 닿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긴팔 옷을 착용하고, 벌초를 할 때는 반드시 미끄럼 방지가 가능한 장화나 우의, 장갑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가려움이 심할 때는 긁지 말고 깨끗한 물로 씻은 뒤 냉찜질을 하는 것이 가려움증이나 피부 부종을 완화시켜 준다.

야외에 나가기 전에 미리 피부에 바를 수 있는 연고나 물약을 예방약으로 갖고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평소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미리 의사에게 항히스타민제 처방을 받아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들쥐 배설물에 의해 감염되는 법정 전염병 신증후군출혈열(유행성출혈열)도 조심해야 한다. 비에 젖었던 풀이 마르게 되면서 들쥐 배설물도 함께 마르는 가운데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의 활동이 왕성해져 사람의 호흡기나 상처를 통해 침투할 수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발열, 두통, 구토, 식욕부진 등으로 시작해 복통, 요통, 신부전, 출혈 등이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가을철 대표적인 유행병이다. 벌초 시 풀밭에 눕지 말고, 귀가 후엔 반드시 샤워를 하며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는 “벌초뿐 아니라 가을철 농산물 수확 작업을 하는 농부의 경우 감염위험이 높으므로 사전에 유행성출혈열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 많이 내려 잔해물 많아진 묘지 요주의=올여름 유난히 많이 내렸던 비로 인해 묘지 주변에는 토사물과 돌 등의 잔해물이 많은 상태여서 벌초 시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더욱 높다.

따라서 벌초를 하기 전에 장비 점검을 철저히 하고 장갑, 보안경 등 안전장구를 완벽히 갖춰야 한다. 주변 사람들도 예초기를 맨 사람의 작업 반경 안에 들어가면 안 되고, 이동 시에는 예초기 동력을 끄도록 한다. 예초기를 사용할 때도 칼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예초기 사용이 서투른 초보자는 안전한 카터를 사용하고 반드시 보호덮개가 있는 예초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만약 사고로 상처를 입어 피가 많이 나면 깨끗한 물로 씻어 흙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소독약을 바른 후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로 감싼 뒤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혹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바르거나 항생제 가루를 뿌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보다는 소독약을 바르고 씻어내는 것이 낫다.

출혈이 심한 경우, 출혈 부위를 씻어낸 후 소독약을 바르고 거즈를 대어 그 위에 수건을 대고 상처를 압박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왕 교수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칼에 베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은 다음 소독약을 바르고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로 압박하는 방법으로 지혈을 한 후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