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경기부양을 위한 어떠한 처방전도 내놓지 못했다.
돈을 더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3차 양적완화(QE3) 카드뿐 아니라 장기 국채 수익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전 세계 증시는 저조한 미국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와 함께 버냉키 의장이 경기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자 한때 급락했다 다시 오르는 등 혼조세를 연출했다.
버냉키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연준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다”면서 “9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어떠한 새로운 조치도 제시하지 않은 셈. 그는 또 “미국의 경제 상황이 예상한 것보다 견고하지 않다”면서도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금융시장은 지난해 그가 잭슨홀에서 6000억 달러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인 2차 양적완화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려주길 바랐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고용지표가 점점 호조를 띠고 있고, 물가도 크게 문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QE3가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 양적완화가 오히려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것이라는 일부 비판적 시각을 의식해 이번에 처방을 유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뉴욕증시는 장 초반 급락했다. 뉴욕시간으로 오전 10시2분 현재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3% 하락했고, S&P500지수는 1.4% 밀렸다. 주요 유럽증시도 1∼3% 하락했다. 증시 급락세를 부추긴 것은 연설 전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었다. 미 상무부는 이날 2분기 GDP 성장률이 1.0%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추정치인 1.3%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이번 발표에 앞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1%에도 미달한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과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미국의 성장률이 미 상무부의 당초 예상치를 하회했으며, 이는 올 들어 상반기 6개월 동안 미국 경제가 실질적으로는 0.7% 성장하는 데 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아진 기자
입 다문 버냉키… 미국 추가 경기부양책 제시안해
입력 2011-08-27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