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한국생명의전화 주최… ‘삶을 사랑하자’ 1만명 희망의 발걸음

입력 2011-08-26 23:15

늦여름밤 서울시민들이 밤길을 걸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동이 틀 무렵 걷기를 마친 시민들의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찼다.

국민일보와 한국생명의전화가 공동 주최한 ‘2011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가 26일 개최됐다.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올해 여섯 번째 열리는 이번 행사엔 1만여명의 시민이 몰렸다.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청계천, 서울숲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걸었다.

참가자들은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다. 방송인 배한성씨의 사회로 시작된 식전행사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슈퍼스타K’ 우승자인 가수 허각씨의 공연도 이어졌다. 7년 전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본인 남부 세쓰코(65)씨는 참가자 대표로 나와 “자살한 사람은 인생의 낙오자라는 편견을 버리고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식전행사가 끝나고 준비운동까지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8시쯤 대장정을 시작했다. 5㎞, 10㎞, 34㎞ 세 코스로 나뉘었으며 가장 긴 34㎞ 코스는 27일 오전 6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내 인생을 사랑하자(loving my life)’라고 쓰인 생명사랑 팔찌를 차고 발걸음을 옮겼다. 참가자들은 네 가지 색의 팔찌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했다. 주황색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연두색은 자기 자신을 위해, 노란색은 삶을 포기한 주면 사람들을 위해, 흰색은 생명을 존중하는 밝은 사회를 위해 걷는다는 의미다.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생명전시관에는 슬픈 기억을 적은 ‘새드스톤’과 ‘희망깃털’을 물 속에 던지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슬픔은 가라앉히고 희망은 떠올린다는 의미다.

‘희망환전소’에선 걱정거리를 적은 쪽지를 건넨 참가자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포춘 쿠키’를 줬다. 참가자들끼리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프리허그 행사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밤길걷기를 마친 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희망 메시지를 적어 야광봉과 함께 종이봉투 안에 넣었다. 봉투들은 서울광장 잔디 위에 하트 모양으로 늘어서 빛을 발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중학생 권광명(15)군은 “동대문시장을 지날 땐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땀을 흘리는 분들을 보고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낸 후원금은 자살 위기에 놓인 이웃을 지원하고 자살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쓰인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