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으로 독재자를 쫓아낸 국가들에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돈이다. 독재자 재산 환수를 서두르고 있지만 독재자가 장기간 은닉해 온 ‘검은돈’을 추적해 되찾는 일은 쉽지 않다. ‘봄’을 맞은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이제 ‘돈 찾아오기’라는 어려운 숙제가 남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검은돈 찾을 수 있을까=코트디부아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의 독재자가 재산을 가장 많이 숨겨둔 곳은 스위스다. 스위스 은행법은 고객 비밀 유지를 철저히 보장한다. 고액 예금주의 경우 이름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자금 출처도 묻지 않는다. 보안이 워낙 철저하다 보니 스위스로 들어간 돈은 추적조차 어렵다.
스위스 정부도 독재를 몰아낸 아랍국가 국민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스위스 측은 현재까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원수의 것으로 보이는 6억5000만 스위스 프랑(약 8500억원),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것으로 보이는 4억1000만 스위스 프랑(약 5608억원) 등을 찾아내 동결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돈이 은닉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 또 독재자들은 스위스뿐 아니라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도 자산을 분산해 은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은 12개국에 불법 자산을 분산했다. 불법 자산이 숨겨진 곳을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그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아프리카 개발은행의 아미르 샤이크 법무담당관은 “새로 들어선 정부는 하루빨리 자산을 회수하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길고 복잡한 회수 절차=일단 자산을 찾더라도, 회수를 위해서는 법적으로 횡령과 부패 등 자산 축적과 관련된 혐의가 유죄로 입증돼야 한다.
알리 전 대통령은 횡령과 부패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수십 건의 추가 혐의에 대한 재판이 남아 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두 아들 역시 시민 유혈진압 공모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알리와 무바라크 측 모두 부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 외무부의 국제법 책임자인 발렌틴 젤웨거는 동결된 무바라크 재산을 돌려 달라는 이집트 새 정부의 요청을 받은 후 조사팀을 이집트로 파견했다. 그는 “부패·횡령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초기 수사가 중요하다”며 “이집트 검찰을 도와 자산 환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사팀을 보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필리핀, 케냐, 아이티 등의 독재자 재산을 각 국가에 환수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독재자 ‘검은돈’부터 회수하라… 다시 찾은 ‘아랍의 봄’ “이젠 재건 자금”
입력 2011-08-26 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