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시들하던 주식형펀드 기살고, 아! 잘나가던 자문형랩은 풀죽네

입력 2011-08-26 22:55

주가 폭락으로 간접투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로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였던 자문형 랩에서 돈이 빠지는 데 비해 인기가 식은 줄 알았던 주식형펀드에는 꾸준히 몰리고 있다. 무엇이 상반된 흐름을 만들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주가 ‘저점’에 대한 인식과 운용 형태가 투자 경향을 가르고 있다고 본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 2조1465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11거래일 연속 순유입이다. 이에 따라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5373억원이 빠졌음에도 전체 주식형펀드 순유입 금액은 1조6094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자문형 랩에서는 눈에 띄게 자금이 빠지고 있다. 자문형 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일종의 사모펀드다. 업계 1위인 삼성증권은 자문형 랩 잔고가 지난달 말 3조3600억원에서 지난 19일 2조6500억원으로 21% 이상 줄었다. 2위 우리투자증권도 지난달 말 1조2740억원에서 24일 1조214억원으로 19.8%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1조원을 넘던 잔고가 최근 9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런 추세에는 폭락장에서 저조했던 자문형 랩 수익률이 자리잡고 있다. A증권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3일 기준 15개 자문형 랩의 한 달 수익률을 보면 모두 연초 대비 마이너스다. -22.67%까지 내려앉은 상품도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8.17%)보다 더 큰 손실을 본 것이다. B증권사 내부 자료를 보면 같은 기간에 -25.30% 수익률을 낸 상품도 있었다. 금융 당국은 자문형 랩 상품 수익률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자문형 랩은 시장 대표주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장세에서는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자문형 랩에 ‘묻지마 자금’ 유입세가 굉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품이 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문형 랩, 주식형펀드의 투자자들이 주가지수 ‘저점’을 다르게 판단한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반 직장인 등이 대부분인 주식형펀드 가입자는 코스피지수가 1700대인 지금을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가가 폭락했다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보면서 체득한 ‘학습효과’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부터 지난 4일까지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한 경우 평균 45.22%의 수익을 거뒀다.

이에 비해 자문형 랩 가입자는 시장을 보다 신중하게 보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이 3000만~5000만원에 이르는 자문형 랩의 경우 가입자 대부분이 여유 자금을 투자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원소윤 연구원은 “펀드는 시장 변동성이 커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분할매수를 할 수 있지만 랩은 대부분 초기 설정액을 기반으로 투자 대상 비중만 조절하는 형태로 운용된다”면서 “랩 투자자들은 하반기 증시를 주도주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대세 상승장으로 전망하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세원 이경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