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10월 26일 치러지게 됐다.
여야는 보궐선거에 사활을 걸 태세다. 서울이 갖는 정치적 비중이 큰 데다 정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당내 역학구도는 물론 내년 총선, 대선 지형까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정권 중후반에 치러진 경우는 1995년, 2002년, 2006년 등 세 번이었다. 공교롭게 모두 당시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2002년을 제외한 두 번의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가 총선, 대선의 예고편 역할을 했다. 1995년 당시 민주당 조순 후보의 당선은 96년 총선 때 야당의 선전과 97년 치러진 15대 대선에서 야당 후보였던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 당선의 단초가 됐다. 2006년 한나라당 후보였던 오 시장의 당선도 다음해 치러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압승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궐선거도 내년 총선,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주민투표를 통해 점화된 복지논쟁이 보궐선거뿐 아니라 내년 총선, 대선을 관통할 이슈로 꼽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복지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여권과 여당 후보가 야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복지 대책을 내놓을 경우 자칫 불리할 수 있는 내년 총선의 흐름을 돌려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보궐선거 결과가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보수나 진보 모두 서울시장에 이어 총선까지 패배할 경우 위기의식이 커져 단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고, 특히 각 진영의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낼 수 있는 인물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탄생한다면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대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궐선거 결과는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을 촉발시킬 개연성이 있다. 야권이 보궐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리까지 이끌어낼 경우 연말 민주당 전당대회와 맞물려 야권통합 움직임도 탄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역시 총선을 앞두고 보수 정당과의 연합 움직임을 본격화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패했을 때에는 계파 간 분란이 가속화돼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궐선거 이후 정계개편이 가시화할 수 있다”며 “공천에 떨어진 사람들이 분당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운다”며 “저의 사퇴를 계기로 과잉복지에 대한 토론이 더욱 치열하고 심도 있게 전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장희 김경택 기자 jhhan@kmib.co.kr
[오세훈 시장 사퇴] 정계개편 촉발되나… 정치권 요동
입력 2011-08-26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