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사퇴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한 데 따른 아쉬움과 투표의 의미를 담담한 어조로 밝혔다.
오 시장은 오전 11시 서소문청사 브리핑룸에서 “지난 1년간 과잉복지와 그토록 고통스러운 싸움을 전개해 왔다”며 “시민 여러분이 재선의 영광을 주셨지만 안타깝게도 임기를 완수하지 못해 참으로 죄송하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특히 그는 “자신의 투표 의지를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차마 투표장에 오지 못한 분이 있었다는 소식은 참으로 안타까웠다”며 진보 진영의 ‘투표거부’ 운동을 비판했다. 오 시장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복지 방향을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해온 지난 몇 개월이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한나라당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회견문을 읽은 오 시장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브리핑룸에는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었다.
오 시장은 오후 5시 서소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주민투표와 관련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바뀐다 해도 서울형 복지의 소중한 가치는 꼭 이어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서소문청사 정원에 줄지어 선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청사를 떠났다.
이종현 시 대변인은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즉각 사퇴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주민투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오 시장이)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오 시장의 향후 계획과 관련해 “뚜렷하게 정해진 바 없다. (오는 10월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을 도울지)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오 시장이 사퇴 문제와 관련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입국한 이명박 대통령과 전화 등으로 논의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서울시의회에 시장직 사퇴를 통보함에 따라 공식적으로 27일 0시부터 시장직은 효력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의 눈과 귀, 입 역할을 했던 서울시 정무라인도 함께 서울시를 떠나게 됐다. 시 정무직 공무원은 차관급인 조은희 정무부시장, 강철원 정무조정실장, 국장급(3급 부이사관)인 황정일 시민소통특보, 이종현 대변인 등 4명이다.
강 실장과 황 특보는 오 시장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대변인은 오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공보특보로 활동했었다. 조 부시장은 민선 4기 때 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채용됐다. 이들은 주민투표를 앞두고 대선 불출마 선언과 시장직 연계를 결정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오세훈 시장 사퇴 파장] “1년간 과잉복지와 싸움… 임기 다하지못해 죄송”
입력 2011-08-26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