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포스트 카다피’ 주도권 경쟁 가열

입력 2011-08-26 22:32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서 리비아에 대한 외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주변 강대국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 가운데 그간 상대적으로 소극 행보를 보이던 미국은 경찰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는 리비아 재건에는 유엔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미국을 경계하고 나섰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우리는 리비아의 재건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완전히 종식되면 리비아에 경찰을 파견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가 도움을 요청한다면’이라는 전제도 덧붙였다.

눌런드 대변인은 “NTC 대표들이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연락그룹’ 회의에서 치안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NTC가 공식 평화유지군 파견을 원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치안 유지를 위해 유엔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리비아 지원은 유엔 주도 하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파견 방식은 훈련이나 장비 지원 형태가 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에 지상군 파견은 없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경찰 파견’이 거론되는 것은 리비아 재건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으로 펼쳐질 리비아 유전전(戰)을 손놓고 바라보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 결의안 표결 당시 중국, 독일과 함께 기권표를 던졌던 러시아는 이러한 서방의 행보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알렉산더 루카세비치 대변인은 “리비아 재건 작업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연락그룹’ 같은 조직이 아니라 유엔 안보리 주도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루카세비치 대변인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유엔 안보리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 재건 사업을 주도할 경우 이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한 발언이다.

그러나 유엔의 리비아 동결 자산 해제 조치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러시아는 아직 NTC를 리비아를 대표하는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NTC가 리비아 전역을 확보하면 합법 정부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라고 AFP가 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