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카다피 찾아라” 시민군·나토군 대공세

입력 2011-08-26 10:18

무아마르 카다피는 어디에 있을까. 승리를 목전에 둔 리비아 시민군이 수도 트리폴리 등에서 카다피를 찾기 위한 막바지 교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카다피는 색출 작전을 비웃듯 또다시 음성메시지를 통해 건재를 알렸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교전 중=시민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대공세는 26일(현지시간) 트리폴리뿐만 아니라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 등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꼭꼭 숨어 버린 카다피를 찾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도 첨단 정찰기는 물론 감청·첩보부대, 특수부대 등을 동원했다. 영국 전투기들은 시르테 지역의 카다피군 본부를 폭격했고, 카다파 부족과 와르팔라 부족 등 친카다피 세력은 강하게 저항했다.

카다피의 행방은 묘연하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그는 25일 시리아의 아라이 오루바 TV에 보낸 음성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쥐새끼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시민군을 쳐부수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사기 충만한 듯 보이는 카다피도 미국 정부에 은밀하고도 절박한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디언은 입수한 문건을 토대로 카다피 측이 나토군의 리비아 군사작전을 중단시키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필사적인 로비를 벌였다고 전했다. 한 의원에게는 항공료와 숙박료를 대줄 테니 트리폴리로 와 달라고 요청했고, 오바마 대통령에겐 편지를 보냈다.

한편 알리 타후니 과도국가위원회(NTC) 부위원장은 26일 “우리는 트리폴리에서 새 정부 활동에 착수할 것”이라며 업무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3주일 내로 50만~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다피 비밀터널 어떻기에=카다피가 트리폴리에 없다면 요새의 지하 비밀 터널을 통해 어딘가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만들어진 이 터널은 주요 지역과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다. 길이만도 3218㎞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다피로서는 이곳이 유일한 탈출구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터널에 대한 소개 기사를 실었다. 내부는 미로와 같은 구조였으며 카다피 측이 골프카트 등을 이용해 넓은 터널을 이동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복도에는 전화기를 비롯한 통신장비와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나선형 계단 등이 설치돼 있었다. 일각에선 이 터널이 해안이나 공항까지 연결돼 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시민군은 이날 최근 카다피가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지하 비밀통로와 벙커에까지 접근했지만 카다피 측의 흔적만 남은 상태였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카다피 일가가 이 터널을 통해 빠져나갔거나 반군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비밀 요새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