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우리도 할 수 있다”… ‘의족 스프린터’ 우동수-‘블라인드 러너’ 추순영

입력 2011-08-26 23:03

장애를 딛고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공)와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는 같은 장애를 가진 육상선수들에게 그야말로 ‘빛’과 같은 존재다. 결코 밟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트랙을 ‘도전의 발판’ 삼아 뛰는 지체장애 스프린터 우동수(43)씨와 시각장애 마라토너 추순영(39·여)씨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판 피스토리우스’로 불리는 우씨는 지난해 제30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의족 스프린터계의 에이스다. 23살이던 1991년 뺑소니 사고로 왼쪽 무릎 아래를 잘라낸 우씨는 1998년 한 의료기 업체의 권유로 의족을 낀 채 달리기를 시작했다. 100m 최고기록은 14초90. 2009년에는 전국체전에 출전해 100m·200m는 물론 4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석권했을 정도로 발이 빠르다.

트랙으로 올라서는 그를 지키는 건 ‘치타’라 불리는 그의 의족. 올해 10월 경기 고양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도 ‘치타’는 우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예정이다. 대구육상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보조경기장 트랙에 올라선 우씨는 “피스토리우스가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내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같은 의족 스프린터들에게 큰 힘이 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어서 그런 선수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스미스’ 추씨는 2002년 부산장애인아시안게임 때까지 14년간 골볼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시각장애 2급 여성 마라토너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태어날 때부터 ‘약시’였던 추씨는 전방 1∼2m 앞에 놓인 큰 고정물체만 식별이 가능하지만 2007년 마라톤을 시작해 풀코스(42.195㎞)만 13번 완주했을 정도로 타고난 운동신경을 자랑한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달리기를 할 때에도 ‘페이스메이커’ 역할만큼은 꼭 추씨가 할 정도다. 최고기록은 2009년 3월 동아마라톤에서 기록한 3시간53분. 추씨는 “이제는 기록보다 완주에 중점을 두게 됐다”며 “‘즐겁게 뛰자’는 뜻의 ‘즐런(run)’이 새로운 인생목표”라고 마라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중앙마라톤 대회 준비에 한창인 추씨는 “대구에서 세계적인 육상대회가 열려 감회가 새롭지만 주최국인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선수가 한 명도 출전하지 않는 현실이 아쉽다”며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한국 장애인 육상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 단계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김수현 기자, 사진=홍해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