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질듯 생생하게 전해지는 화폭 속 四季… 동양화 작가 최영걸 개인전
입력 2011-08-26 17:52
전통 한국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켜 온 최영걸(43) 작가의 꿈은 미술교사였다. 그래서 서울대 동양화과를 다닐 때 교직을 이수한 뒤 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4년 동안 교편을 잡았으나 입시 위주 수업에 지친 나머지 2005년 학교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돌아섰다. 그의 작업은 사계절 자연 풍경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옮기는 것이었다.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서양화에서 보던 빛과 그림자 등을 차용함으로써 동·서양화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며 직접 현장에서 고르고 찍은 이미지를 화선지 또는 장지에 먹과 전통 안료를 이용해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진이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세밀하고 정교하다.
대학 시절 엄격한 동양화 기법의 틀을 깨는 독자적인 붓질 때문에 ‘요주의 학생’으로 찍힌 그의 작품을 알아본 이는 이화익갤러리의 이화익(54) 대표였다. 10년 전 첫 개인전과 그룹전 등에 출품된 그의 그림을 눈여겨 본 이 대표는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인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했다. 해외의 많은 컬렉터들이 ‘한국적인 산수화의 새로운 발견’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2005년부터 해마다 크리스티 경매에 참여하면서 호평 받은 그의 개인전이 9월 23일까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2008년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에는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만춘’), 여름 계곡을 타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여름의 찬미’), 짙은 가을의 정취(‘추계서정’), 눈 덮인 겨울산(‘2월의 소금강’) 등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림 20여점을 선보인다.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청산도의 오후’ ‘마실’ 등은 먹으로만 그린 작품으로 끊임없이 실험하는 작가의 또 다른 예술세계를 엿보게 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수정이 어려운 동양화라는 특성상 1년에 몇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의 신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따스한 서정이 담긴 그림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까닭이 아닐까(02-730-781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