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심리적 시간
입력 2011-08-26 17:36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왜 빠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마흔 살, 쉰 살 생일이 지나면, 열다섯 살이나 스무 살 때에 비해 1년의 길이가 훌쩍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 또 한 시간과 하루의 길이가 더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다우베 드라이스마는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에서 사람들은 20세 전후로 약 10년간의 시기에 기억이 집중돼 있다고 말한다. 진학, 입대, 취직, 결혼 등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들이 이 시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별 변화 없이 평탄해 시간이 그냥 지나간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체감, 즉 ‘심리적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루를 보내는 방식에 따라 하루가 길거나 짧아진다. 예컨대 영화감독보다 단순노동자의 하루가 더 빨리 간다. 영화감독처럼 하루에 여러 가지 다양하고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하루는 매우 길게 느껴진다. 처음 가는 길은 굉장히 멀게 느껴지지만 그 다음날 다시 가면 굉장히 짧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노년기가 길어진 요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은퇴 후 특별한 일이 없다면 눈금으로 재놓은 듯 살아왔던 시간들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시간의 길이와 속도는 기억 속에서 만들어진다. 우리 시간감각의 핵심에는 기억이 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적극적인 취미활동이 필요하다. 취미생활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활기를 되찾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취미활동을 적극적으로 할수록 노화 속도는 느려진다는 것이다.
또 자원봉사는 무료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며 그 활동을 통해 삶의 보람과 만족감, 나아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배움을 멈추어서도 안 된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있다. 또 은퇴는 직장에서 물러난 것이지 인생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므로 학습은 평생 지속해야 한다.
가슴 벅차게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일,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다보면 시간은 천천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이지현 차장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