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잡스 공백을 IT 체질 개선 기회로 삼길
입력 2011-08-26 17:34
스티브 잡스가 엊그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잡스는 “애플의 CEO로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날이 오면 여러분에게 알리겠다고 말해왔다. 불행하게도 바로 그날이 왔다”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했지만 췌장암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에 잡스의 현장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천재 경영인’ ‘창조 경영의 아이콘’ ‘디지털 시대의 미켈란젤로’ ‘디지털 제왕’ 등의 찬사가 무색하지 않은 잡스는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선보이며 세계 IT시장을 장악했다. 그가 애플에 미친 영향은 주가가 입증하고 있다. 잡스가 1997년 부도 위기에 몰린 애플의 CEO로 복귀했을 때 주가는 주당 3.2달러였지만 그가 사임한 24일에는 376달러를 기록했다. 14년 만에 117.5배나 폭등한 것이다.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탁월한 잡스가 돌연 애플을 떠남으로써 세계 IT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IT기업들은 잡스의 공백을 호재로 삼아 애플을 따라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과 인문학이 결합된 특단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애플과 지적재산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한파로 알려진 애플 신임 CEO 팀 쿡과 물밑 협상을 벌일 필요가 있다.
제2, 제3의 잡스 같은 천재가 출현할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고, 국내에서 잡스에 필적하는 창의력 있는 인재가 나오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해마다 직원 100명과 함께 연찬회를 열면서 자신의 비전을 공유한 잡스의 경영 방침을 국내 CEO들도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잡스는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오류를 수정하고 발전 방안을 강구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했다고 한다. 책임 분담을 확실히 하고 직원이 특화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 잡스의 조직 운영 철학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