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뚜막 두드리던 실력으로 드럼을 치고 있다는 서효석(74·여·드럼)씨는 갈래머리 소녀시절 꿈 꿨던 소망을 밴드 덕분에 이뤘다고 했다. “열대여섯 살 때 동네 친구들을 모아 연극을 하는데 주인공을 했어요. 그때부터 끼가 있었나봐. 젊었을 때는 사느라 바빠 잊고 살았었지.” 단원 중 최고령자인 그는 혼자 살지만 밴드 활동하느라 외로울 틈이 없다고 했다.
악기를 배우기는커녕 만져본 적도 없던 이들이 적지 않다. 피아노에 검은 건반 있는 것도 잘 몰랐다는 방순남(64·여·건반)씨는 “아직도 악보가 잘 외워지지 않아 어렵지만 월요일과 금요일 연습시간만 기다려진다”면서 이 나이에 무대에 서서 연주하고 박수 받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함박 웃는다. 심벌즈가 어떤 것인지 분간도 못했다는 제성자(68·여·드럼)씨는 “무작정 드럼이 하고 싶어 떼를 썼는데 정말 신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일산으로 이사가 1시간30분씩 차를 타고 경기도 의정부문화원 연습장에 오고 있다.
박경자(67·여·드럼)씨 역시 악기는 처음. 그는 “연주 때마다 혹시 틀릴까봐 걱정도 되지만 무대에서 박수를 받는 순간 모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이날 첫 공연을 했다는 이정건(73·서드 기타)씨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이 나이에도 부끄러움을 타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곡을 완전히 익히지 못하고 무대에 올라 긴장했었다.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무대에선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한마음밴드 활동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뿌듯함을 안겨주고 있다. 김도업(68·퍼스트 기타)씨는 “손자 손녀들이 공연을 보고 우리 할아버지 최고라고 한다. 그럴 때는 우쭐해진다”고 했다.
김정희(68·여·보컬)씨도“딸이 간호부장으로 있는 요양원에서 위문공연을 했을 때 딸이 너무 좋아해 정말 기뻤다”고 말한다. 육순이 넘어서야 마이크를 잡았다는 그는 “음악만큼 좋은 게 없다. 이 나이에 어떻게 하느냐고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라. 너무 늦어서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고 권한다.
김갑선(71·베이스기타)씨는 “노후에 이만큼 즐거운 게 없다”며 “우리끼리 노는 게 아니라 공연도 하고 봉사까지 하고 있으니 너무 좋다”고 박수를 쳤다. 한마음밴드는 지난 5월 의정부에서 열린 국제음악극축제 등에서 공연했으며, 한 달에 서너 번씩 요양원 노인정 등을 찾아 위문공연을 하고 있다.
한마음밴드의 봉사활동은 지난 5월 발대한 어르신문화나눔봉사단의 일원으로 펼치는 것. 이 봉사단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어르신문화프로그램 사업의 하나로, 어르신문화학교에서 익힌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최종수 회장은 “어려운 때 고생만 하던 세대에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펼친 프로그램이었는데, 어르신들이 그곳에서 익힌 재주를 나눠 주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평균 나이 70 ‘12人의 청춘’ 하루하루 음악으로 즐겁다… 공연·봉사활동 열성 ‘한마음밴드’
입력 2011-08-26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