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속에도 美의회 열렸다… 지하철역 인근 건물서 진행
입력 2011-08-25 19:33
미국을 20여초간 공포에 몰아넣은 강진이 발생한 날에도 미 연방 의회는 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타임스(WT)는 미 상원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1시51분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해 수도 워싱턴DC뿐 아니라 동부지역 일대를 뒤흔든 직후 법 규정대로 회의를 개최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당초 이날 의회는 사흘에 한 번꼴로 열리는 짧은 임시회의인 프로포마(pro forma) 세션으로 오후 2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션 시작 40분 전 느닷없는 강진에 의회 의사당 건물에는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이에 따라 의원들은 물론 보좌진과 사무처 직원들은 모두 황급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미 헌법에 따르면 미 의회는 여름 휴회기에도 상·하원이 서로 상대의 동의 없이 사흘 이상 휴회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프로포마 세션을 소집하도록 돼 있다. 이는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고위직을 임명하는 ‘휴회 중 임명’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의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에 지진으로 의사당 내 회의장 입장이 불가능해진 상원은 법을 지키기 위해 즉각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쿤스 상원의원이 의사당 인근 지하철역인 유니언역 인근 건물 지하 회의장으로 급히 향했고, 예정보다 1시간 늦어진 오후 3시30분 개회를 선언한 뒤 22초간 홀로 회의를 진행했다. 몇몇 보좌관과 기자들만이 모여 있었다.
비록 장소가 달라지긴 했지만 비상상황 속에서도 규정과 의식은 철저하게 지켜졌다. 의회 서기가 임시의장인 대니얼 이노우에 의원의 의장권한 이임문을 발표해 사회권을 쿤스 의원에게 넘겼고, 의사봉도 준비했으며, 노트에 대충 적은 것이었지만 의사진행 절차도 낭독됐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워싱턴의 상징인 워싱턴 기념비에 균열이 생겨 기념비 관람이 무기한 중단됐다. 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 꼭대기 삼각형 부분에서 길이 4피트 너비 1인치가량이 파손돼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