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의 폭로에 워싱턴 정계가 떤다… 前 미 부통령 국정 비망록 ‘인 마이 타임’ 30일 출간
입력 2011-08-25 21:23
“워싱터니언들의 머리가 폭발할지도 모른다.”
딕 체니(70) 전 미국 부통령이 국정 경험을 기록한 비망록 ‘인 마이 타임(In My Time)’ 출간을 앞두고 24일(현지시간) NBC방송 ‘데이트라인’에 출연해 비망록에 엄청난 내용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안보정책을 총괄했다. 이번 인터뷰는 오는 29일 오후 10시 방송되며 논란이 예상되는 그의 비망록은 30일 출간 예정이다.
체니 전 부통령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늘 사직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심장병이 갑작스럽게 악화될까봐 사직서를 늘 금고에 넣어뒀다”면서 “부시 전 대통령과 몇몇 보좌진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직서가 작성된 날짜는 2001년 3월 28일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boarding)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심문 기술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확실한 용의자를 확보했을 때 워터보딩은 그들의 입을 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워터보딩 사용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터보딩은 일종의 물고문으로 테러 용의자의 얼굴에 얇은 천을 씌운 뒤 지속적으로 물을 흘려 질식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책에 담길 내용 가운데 국무부와 외교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벌인 갈등도 눈에 띈다. ‘좌절(setback)’이란 챕터에서 그는 부시 행정부 2기 때의 대북협상 실패는 온건파인 국무부 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독재정권이 친절에 화답할 것이라는 순진한 희망 속에서 국무부는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체니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을 빚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2004년 재선 이후 경질하도록 압박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 추가 파병한 3만3000명의 미군을 2012년 9월까지 철군하기로 한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또 비망록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관타나모 기지의 포로수용소를 폐쇄하지 못해 행복하다”고 썼다.
비망록에는 부시 전 대통령과 그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은신처 폭격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노출한 부분도 담겨 있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책 내용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이 당황하지 않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체니 전 부통령은 “그를 당혹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책에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좋은 내용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