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찢어지고 현수막 너덜너덜… 주민투표 후유증 심각

입력 2011-08-25 19:06

민심을 갈라놓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후유증은 계속됐다. 투표를 위해 사용된 현수막은 방치될 우려가 크고 네티즌들은 설전을 이어갔다. 경찰은 무상급식 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16건을 수사 중이다.

이번 주민투표 과정에서 찬·반 양측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현수막을 걸 수 있었다. 주민투표법은 공직선거법과 달리 투표운동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법은 현수막 철거 기준도 없어 시내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이 제때 치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선관위가 주민투표를 위해 내건 현수막은 2600여개다. 여기에 정당과 시민단체 등이 설치한 것을 합치면 6000∼7000개의 현수막이 걸린 것으로 추산된다. 현수막 1개의 무게가 1.5㎏이므로 주민투표 이후 버려지는 현수막은 10여t에 달한다.

직장인 이명규(28)씨는 25일 “투표가 끝났는데도 이곳저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이 보기에 좋지 않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주부 이명선(34)씨는 “시민을 진보·보수로 갈라놓았던 현수막이 빨리 치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활용 방법도 마땅치 않다. 서울 응암동의 현수막 제작업체 관계자는 “나무는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지만 현수막은 대부분 버려진다”며 “수거만 제대로 된다면 농촌에서 차광막 등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설전도 끝나지 않았다. 한 시민은 트위터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싸우느라 수고 많았다”면서 “비겁한 투표 거부가 없었다면 오 시장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네티즌은 주민투표 비용 182억원과 보궐선거 비용 300억원을 오 시장에게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표 과정의 불법행위도 남겨진 숙제다. 경찰은 이번 주민투표와 관련해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6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서울 자양동에서 유모(53)씨가 술에 취해 “현수막이 시야를 가린다”며 가위로 찢다 입건되는 등 현수막 훼손이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선관위 공보물 무단 수거 4건, 투표운동원 폭행 3건, 물품 제공 2건 등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