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황색탄환·미녀새 “대구는 약속의 땅”
입력 2011-08-25 21:37
대구에서 재비상(再飛上)을 꿈꾸는 육상 스타들이 잇따라 입국했다. 먼저 대구를 찾은 이는 ‘황색 탄환’ 류샹(28·중국). 회색 정장을 입은 류샹은 25일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늦은 오후 1시쯤 대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류샹은 마중 나온 30여명의 서포터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으나 피곤한 듯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110m 허들 예선전에서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절뚝거리며 트랙을 벗어났던 류샹은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대표적인 스타 중 한 명이다. 동양인임에도 허들에서 유일하게 트리플 크라운(세계선수권·올림픽 우승, 세계기록 수립)을 달성한 그는 부상 후유증으로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불참했다.
하지만 2009년 9월 상하이 골든 그랑프리육상대회에서 2위(13초15)에 오르며 트랙에 복귀한 후 점차 이전 기량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3초09로 우승한 것을 비롯해 대구에서 류샹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비드 올리버(미국)와 맞부딪친 지난 5월 상하이 골든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13초07로 올리버(13초18)를 꺾기도 했다.
6월 미국 유진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올리버(12초94)에 뒤지며 2위(13초)에 머물렀지만 안정적으로 기록을 단축하고 있다. 올리버 외에 현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인 다이런 로블레스(쿠바) 역시 류샹의 강력한 라이벌이다. 로블레스는 지난 5일 런던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 13초04로 올리버를 제치고 우승, 상승세에 있다.
신기록 제조기로 유명한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 역시 이날 오후 8시 10분쯤 대구에 입성했다. 캐주얼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신바예바는 서포터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등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이신바예바는 “많은 한국팬이 환영해줘서 감사하다”며 “많이 응원해 달라”고 도착 소감을 밝혔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선수 중 유일하게 5m 벽을 넘은 이신바예바는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한 번도 바를 넘지 못하고 탈락한 후 추락을 거듭했다. 7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 4m76을 기록하며 우승하긴 했지만 이전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