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파월 “100m 포기”… 맥빠진 ‘총알 대결’

입력 2011-08-25 22:12


당초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백미로 여겨졌던 남자 100m 결승이 싱겁게 끝나게 됐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강력한 대항마인 팀 동료 아사파 파월(29)이 출전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스프린터 타이슨 게이(29·미국)가 고관절 수술로 불참을 확정한 데다 파월마저 불참함에 따라 남자 100m에서는 세계기록 보유자 볼트의 독주가 예상된다.

파월의 에이전트사인 도일 매니지먼트는 25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파월이 계속되는 사타구니 통증 때문에 대구 대회 남자 100m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파월은 올 시즌 100m 기록이 9초78로 가장 빨라 볼트의 독주를 제지할 유력한 대항마로 꼽혀왔다. 파월의 불참으로 이번 대회 최고의 인기 종목에서 짜릿한 경쟁의 묘미가 사라지면서 대회 흥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도일 매니지먼트는 “파월이 지난 7월 30일 부다페스트에서 경기한 뒤 사타구니 부상의 후유증에 시달렸다”면서 “파월이 부상한 지 8일을 쉬고 트랙으로 돌아왔지만 전력 질주를 하면 사타구니 부위가 달아올랐다”고 설명했다. 또 “파월이 대구 대회에서 뛰기 위해 지난 2주 동안 받을 수 있는 치료는 모두 받았다”며 “그러나 컨디션이 100%가 아닌 데다 뛸 때마다 통증이 올 것이라고 판단해 결국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파월은 다만 400m 계주에서는 여전히 뛰기를 희망하고 있다.

볼트는 이에 대해 “지금 처음 듣는 얘기”라며 “어제 봤을 때만 해도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 볼트는 이날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가진 자메이카 선수단 기자회견에서도 대회 전망에 대해 “지금은 안좋았던 몸 상태를 회복하는 컴백 시즌”이라며 “나는 아직 전설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볼트는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맞추겠다”면서 “지금은 이전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최고의 상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승을 위한 준비는 돼 있다. 지금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 집중을 많이 하고 있고 나도 경기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볼트는 기자회견 내내 흥겹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상당히 무거운 질문도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세계적인 스타답게 자메이카 선수단 기자회견 마지막에 나온 볼트는 들려오는 레게음악에 맞춰 여유있게 몸을 흔들며 등장했다. 볼트는 포토타임 때에는 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밝고 익살스런 모습을 보였다.

볼트는 “성격이 여유롭고 남을 웃기길 좋아한다. 친구들도 나의 이런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유명인이 된 이후 많이 변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자동차를 좋아해서 몇 번 구입했지만 나는 똑같은 경기를 하고 있고, 아직도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나는 나다. 잘못되면 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