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패권 잡아라” 佛·英·伊 각축

입력 2011-08-25 18:49

리비아의 미래를 논의하는 국제회의 개최 및 동결 자산 해제 등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지원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빨리 움직여야, 향후 원전사업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佛·英·伊 각축, 입다문 獨=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다음 달 1일 파리에서 리비아 재건 문제를 논의하는 ‘리비아의 친구들(friends of Libya)’ 콘퍼런스를 연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다음 달 1일은 무아마르 카다피의 쿠데타 성공 기념일이다. 이 콘퍼런스는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 주최한다. 30여개국 지도자와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중국 러시아 브라질도 초대됐다. 사르코지는 이날 파리를 방문한 마흐무드 지브릴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총리를 만나 “우리는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한 군사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지브릴이 가장 먼저 만난 외국 정상이다. 카다피 축출에 프랑스의 공을 그만큼 인정한다는 의미다.

리비아 내 최대 투자국인 이탈리아도 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기존에 맺었던 계약이 무효화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브릴은 프랑스 방문을 마친 후 25일 이탈리아에 들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파올로 스카로니 에니(ENI)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 만남에서는 리비아 에너지 사업기반을 재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공습 결정 당시 기권표를 던졌던 독일은 할 말이 없어졌다. 독일 언론은 “정부는 리비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잃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라는 이미지까지 실추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돈 빨리 풀어라=미국은 동결된 리비아 자산을 해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유엔에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크게 리비아투자청(LIA)과 리비아중앙은행 자산으로 이뤄진 카다피 일가의 재산 규모는 최소 1000억∼18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유엔은 이 자산을 풀어 리비아 재건사업에 쓰이도록 할 예정이다. 미국은 동결 자산 중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우선 해제해 NTC에 송금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5일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안보리 결정을 막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