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애플 CEO 사퇴] ‘敵將’의 교체… 삼성·LG전자 반사이익 챙길까

입력 2011-08-25 18:50


스티브 잡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경쟁사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잡스가 당분간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해 단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그의 공백으로 애플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잡스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애플의 주요 동력이었다”며 “그의 장기적인 부재가 계속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삼성은 네덜란드 법원에서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해) 부분적인 승리를 거두며 이미 진가를 올렸고 잡스의 사퇴로 또다시 이득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잡스 사퇴 이후 애플은 방향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내 업체들도 이런 관측에 동의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와중에 ‘애플=스티브 잡스’로 인식될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CEO가 물러난 것은 분명한 호재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그 어떤 변화도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전쟁 중에 영향력 있는 수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분명 상대방에게 유리한 신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CEO 리스크’라는 말이 있을 만큼 애플은 잡스에 대한 개인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회사”라면서 “애플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차기 제품군에 대한 준비를 해놓았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잡스가 없는 애플의 제품을 얼마나 좋아할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애플이 수년 전부터 ‘포스트 잡스 시대’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애플은 그동안 플랫폼, 독자 생태계를 워낙 탄탄하게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 애플이 잡스의 사임으로 크게 동요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잡스가 CEO 자리를 물려줬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1인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의 변화를 뜻한다는 분석도 있다.

새 CEO로 추천된 팀 쿡이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잡스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한 애플의 소송 전략에 긍정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명희 맹경환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