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애플 CEO 사퇴] “씨 없는 사과”… 애플 2∼3년 후부터 문제
입력 2011-08-25 21:41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사임이 알려진 이후 전 세계는 애플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이미 잡스의 부재를 예측해 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키운 대응력으로 당장의 문제엔 부딪히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인 전략에는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미래는=애플에 대한 대체적인 전망은 잡스가 없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고, 향후 몇 년까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예고된 시나리오인 데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만큼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내세운다. 또 지난해부터 대부분 일상 업무를 2인자인 팀 쿡이 사실상 지휘해 오다시피 했기 때문에 CEO 교체에 따른 단기 공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애플이 씨(잡스) 없는 사과 꼴이 됐다”며 걱정스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잡스가 애플에 남긴 족적이 커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뜻이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벤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스티브 잡스를 대체할 인물이 있을까”란 의문으로 우려를 대신했다. 강력한 리더십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잡스는 1976년 애플사를 창립한 이래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출시하며 신화를 써내려갔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그대로 반영됐다. 애플 주가가 7% 가까이 급락한 것. 특히 장기적인 전망은 흐리다. 뉴욕타임스(NYT)는 “향후 2∼3년 동안 애플 제품의 80∼90%가 잡스가 수립해 놓은 계획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데이비드 요피 하버드 교수의 말을 인용, “그 이후엔 시련에 봉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왜 사임했나=잡스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바로 ‘건강’이라는 게 중론이다. CEO직을 유지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그동안 잡스는 병마와 사투를 벌여왔다. 2004년 잡스가 췌장암에 걸렸다고 발표할 때에만 해도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했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난 잡스는 갈수록 야위어 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료 전문가들이 잡스에게 건강 문제가 생겼다면 암이 재발하고, 이식한 간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꼭 건강 악화가 아니더라도 애플의 후계구도 체제를 다지고 안정화를 꾀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그의 갑작스런 부재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에는 애플의 경영 상태나 실적이 사상 최고를 달리고 있는 현시점이 적격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