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카자흐 정상 ‘별장 외교’… 80억달러 규모 ‘경협’ 체결
입력 2011-08-25 22:04
2009년 정상회담 때 이명박 대통령과 ‘자작나무 사우나’를 함께하며 친분을 과시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이번엔 이 대통령을 개인 별장에 초대했다.
중앙아시아 순방 마지막 국가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25일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수행원도 물린 채 수도 아스타나 외곽의 대통령 별장으로 이동했다. 한국전력공사, 삼성물산, LG화학 등이 80억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와 석유화학단지 사업권을 따내는 협정을 체결한 직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단둘이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두 정상은 점심,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6시간 이상 별장에 머물렀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4일 저녁에도 이 대통령을 관저로 초청해 직접 카트를 몰고 구석구석 안내하며 4시간 이상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 2009년 5월엔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과 사저에서 자작나무 가지로 서로 어깨와 등을 두들겨주며 함께 사우나를 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한전·삼성물산 컨소시엄에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부여하는 정부 간 협정을 체결했다. 한전과 삼성물산은 카자흐스탄 동남부 발하쉬 호수 연안에 발전용량 1320㎿의 화력발전소를 건설, 30년간 직접 운영토록 보장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전체 발전 용량의 7%를 차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한때 중국이 뛰어들어 고비를 맞았던 사업인데, 양국 정상의 친분 덕에 성사됐다”고 말했다. 2009년 양국 정상의 ‘사우나 회동’에서 논의된 프로젝트가 2년 만에 ‘별장 회동’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또 LG화학이 50%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아티라우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도 이번 방문을 통해 계약이 완료됐다. 아티라우 석유화학단지는 카스피해 연안 뎅기즈 유전에서 나오는 에탄가스를 분해해 폴리에틸렌을 생산한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단지를 운영하는 양국 합작회사의 경영권을 LG화학에 보장했다.
이 대통령은 아스타나 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은 뒤 이날 저녁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체결된 에너지 개발 사업 규모는 121억 달러에 달한다.
아스타나=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