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민주당 ‘로 키(Low Key·저강도)’ 전략으로
입력 2011-08-25 21:50
민주당이 본격적인 ‘로 키(Low Key·저강도)’ 전략을 꺼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지 않는 대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확인된 민심을 새로운 ‘보편적 복지’ 구상에 반영해, 정책으로 여권을 몰아붙이겠다는 계산이다.
이용섭 대변인은 25일 오 시장의 사퇴 시기와 관련, “우리가 강하게 얘기할 문제가 아니고 본인들이 잘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그는 “(오 시장은) 시장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즉각 지키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오 시장 진퇴 문제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그런(오 시장에게 사퇴하라고 하는)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민이 오 시장과 한나라당에 승리한 이번 투표를 두고 마치 민주당이 승리한 것처럼 (오 시장) 사퇴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신 민주당은 ‘좋은 성장, 경제 정의’를 키워드로 한 정책 플랜을 가동했다. ‘3+1’(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반값등록금) 무상 시리즈에 이은 2단계 정책 구상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오는 30일 의원 워크숍에서 새로운 정책 윤곽을 제시하겠다”면서 “좋은 성장에는 3+1 외에 비정규직 문제 해법, 일자리예산 증액 등이, 경제 정의는 대·중소기업 간, 도시·지방 간, 부자·서민 간 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감세 철회와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 등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좋은 성장,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법 개정에 노력하고 (이를) 내년 총선, 대선 공약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2단계 정책 플랜을 마련한 것은 ‘무상복지 시리즈’만 부각될 경우, 자칫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이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정책을 내세워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