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MB 물가’ 첫 발표했는데… 지역별 통계기준 주먹구구, 가격인하 유도효과 미지수

입력 2011-08-25 21:51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지방자치단체 간 비교시켜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만든 ‘제2 MB물가’가 처음 발표됐다. 그러나 비교 기준이 엉터리여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 지자체 간 가격 경쟁을 통한 물가 인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서민생활과 밀접한 10개 품목(제2 MB물가)의 가격을 16개 시·도별로 발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제2 MB 물가에 포함된 품목은 전철 및 시내버스 요금, 돼지고기삼겹살, 돼지갈비, 설렁탕, 김치찌개, 된장찌개, 자장면, 배추, 무 등이다.

행안부는 200여명의 물가조사원을 동원해 지난 8∼10일 전국 65개 시·군·구의 업소 23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삼겹살의 경우 인천에서 1인분 판매가격은 1만960원으로 대구의 7533원보다 45% 가량 비쌌다.

이 통계에 따르면 삼겹살 가격은 대구가 가장 싼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행안부가 통계를 작성하면서 1인분을 200g 정량으로 측정하지 않고 해당업소의 1인분 가격만을 단순 나열했기 때문이다. 200g 기준으로 다시 환산하면 대구 삼겹살 가격은 1인분에 7533원이 아닌 1만657원으로 껑충 뛰어 오른다. 가격 순위도 전국 상위권이다.

돼지갈비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에 따라 6733원(대구)에서 1만1222원(제주)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행안부는 돼지갈비 가격을 조사하면서 1인분이 140g인 업소와 350g인 업소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를 200g으로 환산하면 제주도의 돼지갈비 가격은 1만1222원에서 7280원으로 35% 정도 낮아진다. 반면 대구는 6733원에서 7236원으로 오른다. 이 같은 환산가격은 행안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수록돼 있지 않다.

이날 공개된 무는 크기가 1.2∼2.0㎏까지 다양했고, 설렁탕은 국산 사골을 쓰는 업소와 수입산 사골을 쓰는 업소의 가격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통계청 등과 협의한 결과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고기량과 상관없이 1인분 기준이고, 임대료와 서비스 등 복합요인이 작용해 이를 환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52개 생필품을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 ‘MB 물가’를 제정했으나 이 물가가 다른 소비자물가보다 배 가까이 더 오르자 시행 1년 만에 슬그머니 폐기했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