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감성 묻어나는 달콤한 팝 사운드… 정규 음반 낸 ‘라이너스의 담요’
입력 2011-08-25 18:01
2인조 팝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는 2001년 결성됐다. 이들은 2003, 2005년 미니음반을 한 장씩 발표했는데 둘 다 반응이 괜찮았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광고나 영화에 쓰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정규 음반 발매는 계속해서 미뤄졌다. 팬들의 감질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약이 없었다.
그리고 최근 ‘라이너스의 담요’ 1집 ‘쇼 미 러브(Show Me Love)’가 드디어 발매됐다. 팀이 결성된 지 무려 10년 만이다. ‘오래된 신인 밴드’의 1집 발매 소감을 들어보기 위해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밴드의 보컬과 건반을 맡는 연진(30), 기타를 치는 이상준(31)을 만났다.
둘은 “속이 시원하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이 된 기분이다”며 후련해했다. 연진은 “주변에서 ‘이제 음반 작업 그만하고 빨리 앨범을 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평생 남는 앨범이라고 생각하니 소홀할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2001년 팀 결성 때만 해도 ‘라이너스의 담요’는 5인조 밴드였다. 하지만 입대, 취업 등을 이유로 멤버 교체가 반복됐다. 2008년이 돼서야 지금과 같은 2인조 체제로 음반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듬해 음반 녹음까지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음반에 담긴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작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2년 전 녹음된 노래엔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이상준은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레코딩이 끝난 곡들을 듣는데 에너지가 안 느껴졌어요. 라이브 공연할 때 선보이는 연주보다 경직된 느낌,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 그래서 음악이 재미없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럴 바에는 다시 녹음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이들의 1집엔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팀의 색깔이 또렷하게 묻어 있다. 음반엔 ‘피크닉(Picnic)’ ‘워크(Walk)’ 등 기존에 발표됐던 곡을 포함해 총 11곡이 실렸는데, 어떤 곡이건 묘한 중독성이 느껴진다. 한 번만 들어도 누구나 흥얼거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곡들이다.
두 사람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해서 만드는 과정도 편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저희 음악을 놓고 ‘미니홈피 배경음악용이다’ ‘여자들만 좋아할 음악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일수록 만드는 과정은 힘들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연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