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함 뒤에 감춰진 위인들의 맨 얼굴

입력 2011-08-25 17:54


만들어진 승리자들/볼프 슈나이더 지음·박종대 옮김/을유문화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인들은 대부분 명성을 얻기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타고난 재능은 육체적 혹은 정신적 질병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기 작가나 사가들은 이들의 명성 뒤에 숨은 맨 얼굴을 외면한다. 독일 ‘디 벨트’지 편집장 출신인 볼프 슈나이더는 역사서, 전기, 박물관 자료 등 방대한 문헌을 뒤져 명성에 가려진 위인들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토마스 만이 ‘괴테와 함께 독일어를 완성시킨 사람’이라고 칭했던 니체가 거리에서 채찍질을 당하는 말을 껴안고 ‘형제’라고 말했는지는 사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하지만 정신병원으로 가기 직전에 팔꿈치로 피아노를 치고, 친구들 앞에서 알몸으로 춤을 춘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니체는 한때 폐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신질환을 앓았다. 말년에 명성이 높아지자 누이는 바이마르에 집을 구해 광인이 된 오빠를 옮겨놓고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니체가 죽기 3년 전의 일이다. 이처럼 천재성과 정신질환, 투명한 정신과 광기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없다.

베토벤의 실제 모습도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베토벤은 하인을 때렸고 식당 종업원의 얼굴에 음식을 던졌으며 산책하다가 황후 일행을 만났을 때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프리카 원정에 나선 카이사르의 이야기는 거의 블랙 코미디다. 기원전 47년 아프리카 땅에 상륙했을 때 카이사르는 실수로 발이 꼬여 그만 땅바닥에 쓰러졌다. 부하들이 나쁜 징조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흙을 움켜쥐며 일어나 이렇게 소리쳤다. “아프리카, 내가 드디어 너를 붙잡았구나!” 역설과 모순이 가득한 위인들의 맨 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