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마틴 루서 킹 목사

입력 2011-08-25 17:54

196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는 ‘for whites only(백인만 출입할 수 있음)’, ‘no blacks and dogs(흑인과 개는 사절)’라는 표지판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노예 해방이 이뤄진 지 100년이 지났으나 흑인을 개와 동일시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것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바로 이런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널리 알려진 ‘워싱턴 평화행진 연설’은 1963년 8월 28일에 있었다. “우리는 지금 고난을 마주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는 건국 신조의 참뜻을 되새기며 살아가리라는 꿈입니다. 언젠가 내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입니다.”

백인들로부터 학대 받으면서도 자손들은 백인들과 똑같은 인격체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길 바란다는 그의 아름다운 꿈은 언제 접해도 감동을 자아낸다. 그래서인지 이 연설은 미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4대 명연설’에 포함됐다. 킹 목사는 이듬해인 35세 때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킹 목사는 눈엣가시였다. 암살되기 하루 전날인 1968년 4월 3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의 연설, 그리고 같은 해 2월 4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의 연설에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것은 그가 늘 살해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인들은 매년 1월 셋째 주 월요일 쉰다. ‘마틴 루서 킹 데이’. 미국 내 흑인은 물론 억압받는 소수자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킹 목사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개인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데에는 킹 목사의 유지를 잊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최근엔 워싱턴에 ‘마틴 루서 킹 기념관’이 완공됐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한 곳 부근이다. 9m가 넘는 킹 목사의 전신 석상도 세워졌다. 공식 개관식은 2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고 한다. 수많은 미국시민들이 기념관 건립비용 모금에 참여해 의미가 배가됐다. 이렇듯 그는 미국인, 그리고 세계인의 가슴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킹 목사가 추구한 가치는 평등과 정의다. 그러나 지금도 곳곳에서 불평등과 불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킹 목사의 철학이 좀 더 넓게 퍼졌으면 좋겠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