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상복지 면허 받았다 착각말라
입력 2011-08-25 18:04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 의사를 묻는 8·24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패배했다.투표율 25.7%에 대한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시민은 진보 진영의 보편적 복지정책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수도 서울의 복지 방향이 보편적 복지로 가닥이 잡힘으로써 향후 대한민국은 보호와 혜택이 필요한 사람을 우선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 복지가 아닌 모든 이가 공평한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보편적 무상복지가 가져올 감내할 수 없는 국민 조세 부담과 국가 재정부담 능력이다. 우선은 곶감이 달다고 야당을 비롯해 진보 진영은 국민들을 상대로 ‘달콤한 복지카드’를 제시했고 서울시민이 이를 덥석 받았지만 대한민국이 ‘복지망국’으로 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데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여러 국가들이 이른바 ‘퍼주기식’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놓인 것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니다.
진보세력의 대변자인 민주당은 무상급식보다 더 호소력이 큰 무상복지 정책들을 들고 나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선택을 호소할 것이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조차 민주당과 경쟁하듯 무상보육 등 또 다른 복지카드로 맞서고 있다. 여야가 내놓은 복지정책들이 실현된다면 대한민국은 북유럽 국가들 못지않은 ‘초일류 복지국가’가 될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대한민국이 복지사회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누가 그 재정을 부담해야 하나? 그의 말대로 우리는 이제 초일류 복지열차를 타게 됐다지만 이 복지열차를 끌고 갈 기관차의 연료는 민주당이 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인 ‘화수분’을 갖고 있지 않다. 부담은 국민들의 호주머니 몫이다. 외상은 좋지만 갚을 때는 늘 후회하기 마련이다.
이쯤 해서 여야 정치권을 포함, 진보·보수 진영 모두 이성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도 집권에 눈먼 정치세력들이 국가 장래를 고려하지 않고 남발하는 복지 포퓰리즘에 속지 않아야 한다. 이 상태로 간다면 대한민국은 조만간 ‘복지 망국병’에 걸려 거덜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경험해 봤다. 나라 곳간이 비면 얼마나 가혹한지를 체험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산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동판에 새겨진 말을 되새겨야 한다.
오세훈 시장을 무릎 꿇게 한 민주당 등 야권 정치세력과 진보 진영은 ‘무상 복지면허’를 가진 듯 오만해서는 안 된다. 8·24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투표율 25.7%는 야권 등 진보세력의 승리처럼 보이나 이 투표율 속에는 차기 서울시장을 당선시킬 충분한 유권자가 들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전면적 복지를 선택한 주민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민심의 바다는 언제 거대한 파도를 일으킬지 모른다. 국민들은 어리석은 것 같으나 종국에는 늘 현명한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