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의구] 투표율 25.7%

입력 2011-08-25 18:02


무상급식 정책을 놓고 실시된 서울시 주민투표 투표율이 25.7%로 집계됐다. 복지정책의 방향타가 될 수도 있었던 투표함은 투표율 3분의 1 요건을 채우지 못해 개봉되지 않았다. 25.7%를 놓고 여당은 투표를 주도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실상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서울시민이 오 시장에 등을 돌린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2004년 7월 주민투표제가 도입된 후 투표율이 미달된 것은 처음이다. 이듬해 7월 실시된 제주도 행정체계 개편 관련 주민투표는 36.7%의 투표율로 통과됐다. 그해 9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을 통합하자는 투표에서는 청원군민의 46.5%만 찬성해 통합은 무산됐지만, 투표율은 청주가 36.7%, 청원이 42.2%였다. 같은 해 11월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에서도 4개 지역 투표율이 모두 3분의 1을 넘어 유치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북 경주로 입지가 결정됐다. 당시 투표율은 전북 군산이 70.2%, 경북 포항 47.7%, 경주 70.8%, 영덕 80.2%로 매우 높아 이번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6·2 지방선거 표심과 흡사

하지만 정책이 아니라 지방단체장이나 의원을 현직에서 내리는 주민소환투표와 비교하면 이번 결과는 과히 이례적이지는 않다. 2007년 7월 제도가 시행된 이후 두 차례 ‘실전’이 벌어졌지만 모두 투표율을 채우지 못했다. 아직도 갈등이 정리되지 않은 제주도 해군기지와 관련해 2009년 8월 제주지사에 대한 소환투표가 실시됐으나 투표율이 11.0%에 그쳤다. 2007년 12월 광역 화장장 유치를 발표한 하남시장에 대한 소환투표도 31.1%의 투표율로 소환이 무산됐다. 다만 하남시의원 중 2명만 37.6%의 투표율에 과반수 찬성 요건이 충족돼 직을 잃었다.

이번 투표는 원래 정책을 선택하는 주민투표 성격이었으나 정치적 함의가 짙어지고, 오 시장이 사퇴의 배수진을 치면서 소환투표의 성격을 띠게 됐다. 오 시장이 이겼더라면 주민소환 성격의 투표 사상 첫 승리로 기록됐겠지만, 지난 두 차례와 같이 투표거부 캠페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 시장이 받은 25.7%를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지지율과 비교하는 것은 흥미롭다. 통상 전국이 선거열기에 휩싸이는 지방동시선거에 비해 주민투표는 참가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번 투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이슈가 됐던 만큼 수평비교를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은 47.43%의 지지를 받아 46.83%를 득표한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신승했다. 당시 투표율이 53.9%였으니 이를 오 시장 지지율과 곱하면 25.6%가 된다. 이번 투표율과 불과 0.1% 포인트의 차이다.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을 지지했던 표는 대체로 이번 투표에도 참여했던 반면 다른 후보를 찍었거나 투표를 하지 않았던 시민들은 불참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 시장의 배수진과 여당의 총력전이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다른 측면에서는 야당도 지방선거 결과를 넘어서는 전과는 올리지 못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권이 승리라고 강변할 것도, 야당이 이겼다고 잔치를 벌일 일도 아니다.

野 흥분할 전과 아니다

25.7%의 성적표를 두고 여권 내분, 현 정부 실정, 정치혐오 등 여러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어떻게 다르며, 왜 이를 판가름하기 위해 굳이 투표장까지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부동층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3분의 1 투표율 요건이 너무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헌법 72조에 따라 국가 중대 사안에 대해 실시하는 국민투표는 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이 통과 요건이다. 선거비용 낭비 방지와 정책의 안정성 등을 위해 설정된 현재 투표율 규정을 낮출 필요는 없다. 정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남은 것은 선선히 결과에 따르는 일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