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교회 공동체에서 평신도는 더 척박한 사회에서 하나님의 성직 수행하는 동역자”
입력 2011-08-25 17:59
1999년부터 오관석 원로목사에 이어 월드비전교회를 이끄는 오영택(54) 목사는 모든 성도들을 사회에서는 사회를 살맛나게 만드는 ‘선교사’로, 가정에서는 행복 일기를 써나가는 ‘목회자’로, 교회에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봉사자’로 세워나가는 걸 자신의 최고의 본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기에 목회자, 평신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서로 역할만 다를 뿐 모두 일종의 성직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 목사는 평신도들이 마음껏 사역할 수 있도록 터전을 제공하려고 애쓴다.
“목회자가 교회 공동체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일을 수행하고 있다면 평신도는 목회자보다 더 척박한 ‘일터’에서 주님의 뜻을 실현해나가고 있어요. 결코 종속관계가 아닙니다. 함께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목회자나 평신도 모두 시간이나 장소의 구분 없이 소금과 빛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차이도 없죠.”
오 목사는 모든 크리스천들이 교회를 통해 영적 충전을 받아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인지 그의 설교 메시지에는 위로와 격려가 넘쳐난다. 하나님이 그를 목회자로 부르실 때 들려준 말씀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저에게 특별히 당부하신 게 있습니다. 그것은 이사야 40장 1절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말씀입니다. 성경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 감동의 러브레터입니다.”
그는 교회가 ‘정거장’ 내지 ‘캠프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세상 속에서 상처받고 지친 사람, 크리스천 정체성을 갖고 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 사람, 기도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이 재충전하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위로는 필수과목입니다. 선지자 이사야, 예레미야 등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죄와 결별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위로와 격려, 회복의 메시지를 언급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하나님의 경고는 사랑이 그 출발점이자 종착점입니다.” 오 목사는 그런 점에서 담임목사는 하나님의 뜻이 교회 공동체를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단지 수종을 드는 종’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목회자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목사 자신의 의지나 계획대로 사역하면 무엇인가를 이룬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모래 위에 세워져 있는 집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요. 종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합니다.”
목회자들이 스스로를 주님의 종이라고 고백하는 데 그치지 말고 모든 사역과 삶 속에서 하나님의 비전을 구현하려고 행동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요즘 같은 한국교회 폄훼현상을 다소나마 해소시켜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독교인에 대한 사회의 비판 시각에서 저 또한 자유로울 수 없죠. 죄성을 갖고 있는 연약한 인간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나 어떤 의도를 갖고 개인이나 공동체를 바라보면 한없이 부정적인 것만 들춰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이 때문에 우리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미래 동력인 젊은이들을 교회로 데리고 오기 위해 목회자가 모든 것을 걸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교회가 하지 못한다면 대학 캠퍼스 내 교회 공동체를 세워가도록 기존의 사역자들을 적극 돕거나 미래 전문 사역자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 아내인 김형민 목사가 대학연합교회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대학교회들을 세워나가는 것이 감사해요. 물론 목회자가 아닌 사모 역할을 더 해주기를 바라는 점도 있지만요.” 오 목사는 전통교회가 하지 못하는 것을 김 목사가 대신 해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 든든하다면서도 캠퍼스를 변화시킬 목회자들이 더 많이 배출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내 교회 중심주의’ ‘권력과 명예 추구’ ‘교회의 사유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도들도 교인 숫자로 해당 교회 목회자의 영성과 지성, 감성을 판단하려는 태도를 버릴 때 한국교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역사를 보면 암흑시대에 하나님은 새 인물들을 통해 또 다른 여명을 준비했었음을 알 수 있어요.” 오 목사는 “한국교회가 바닥을 치는 것 같은 현 상황이 결코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교회, 목회자, 기독교 하면 연상되던 뒤틀려진 이미지가 해체과정을 거쳐 보다 성경적인 교회, 목회자, 기독교로 탈바꿈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