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쉬움 남긴 채 종료된 서울 주민투표

입력 2011-08-24 21:58

어제 실시된 무상급식 대상 범위에 관한 서울시민들의 투표가 아쉬움을 남긴 채 끝났다. 정책에 대한 서울에서의 첫 주민투표여서 그 결과가 주목됐지만,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해 투표함은 열어보지도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은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반면 민주당의 전면적 무상급식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번 투표의 의미는 무상급식 그 이상이었다.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국가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복지 포퓰리즘에 제동을 거는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는 투표였다. 그러나 서울 유권자들이 개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복지의 방향을 결정지을 기회가 사라졌다. 민주당은 ‘선택적 복지’ 대신 ‘보편적 복지’를 서울시민들이 선택했다고 해석했지만, 투표에 불참한 서울시민 모두가 민주당 주장에 동의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민주당의 투표 거부 운동에도 투표율이 25% 이상 나왔다는 것은 복지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강남은 높았고, 강북은 낮았다는 점은 빈부 차이에 따른 이념 대립이 심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사회통합이 필수적이나 우리 사회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보수와 진보로 양분돼 티격태격하는 후진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또 이번 투표율을 볼 때 보수보다 진보의 응집력이 강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복지 포퓰리즘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던 오 시장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단계적 무상급식이 채택되지 않으면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만큼 서울시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장직 사퇴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권은 향후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청와대까지 측면 지원한 이번 투표를 통해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데다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대여 공세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권과 보수세력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