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러 정상회담 성과 진정성에 달렸다

입력 2011-08-24 21:58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시베리아의 울란우데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다고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이 밝혔다. 북한은 조건 없이 6자회담 재개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을 잠정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전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합의가 나올 것을 기대했으나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러시아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이것이 곧 북한이 핵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고, 보다 성능이 개선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을 끌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6자회담 재개를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량살상무기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준비가 돼 있다는 정도의 합의는 그리 신선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사항인 남북한을 잇는 러시아 가스관 연결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들었을 뿐 양측은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러시아 측은 북한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지지했으며 합의할 수도 있다고 전했으나 무언가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걸림돌이 있는 것 같다. 또한 러시아가 강력히 원하고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 남북 교류협력이나 향후 북한의 개방과 관련해 실질적인 관심사항들임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북한의 러시아제 재래식 무기 도입에 관해서는 대외적인 발표가 없었다. 양측의 공식 합의문이 나오지 않아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이면합의를 통해 양측이 재래식 무기 제공에 합의했을 가능성도 있어 관심을 갖고 살펴볼 사안이다. 문제는 북한의 진정성이다.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는 체제를 더 이상 존속시킬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깨닫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