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킹 목사 조각상 논란… “反인권적 중국 출신 조각가의 작품 팔짱 낀 모습 권위적이고 대결적 이미지”

입력 2011-08-24 19:07

인종 화합을 위한 헌사인가 흑인 민권운동가에 대한 무례인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화강암 조각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흑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헌신한 킹 목사의 조각상을 중국 후난(湖南)성 출신 조각가 레이 이신이 제작했다는 점이다. 킹 목사가 추구한 소수자의 권리 향상과 중국이 보여주는 반인권적 모습은 어울리지 않으며 마땅히 흑인이나 미국인 중에 선택했어야 한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덴버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에드 드와이트는 “킹 목사가 자신의 조각상이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안다면 무덤에서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킹 목사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어떻게 감히 네가?”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 조각상 2개를 제작한 조각가 이신의 경력 때문에 이런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비판론자들이 제기하는 두 번째 이유는 조각상 자체에 있다. 킹 목사의 조각상은 높이 9m가량의 거대 화강암에 부조한 것이다. 조각상의 킹 목사는 팔짱을 낀 채 굳은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조각상이 너무 크고 지나치게 대결적인 이미지를 풍긴다는 것이다. 이런 권위적인 모습은 전체주의 국가의 체제선전용 동상과 비슷하고 킹 목사가 추구한 평등과 인권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

얼굴 생김새가 아시아인을 닮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코트랜드 밀로이는 “이 조각상은 1966년에 그가 간디 사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고 제작한 것이다. 사진에는 킹 목사가 부드러운 눈과 신념에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이신은 그의 눈을 차갑고 냉정하게 만들어버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킹 목사의 아들인 마틴 루서 킹 3세는 USA투데이에 “지금까지 본 아버지 동상 50개 중에 47개는 아버지 모습을 닮지 않았다”면서 “그의 작업은 훌륭했다”고 이신을 치켜세웠다.

기념관 건립재단 관계자들은 2007년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석재 조각가 심포지엄 행사 이후 이신을 조각상 제작자로 선정했다. 중국 화강암 150개 이상이 제작에 사용됐으며 중국 석공 10명도 작업에 참여했다.

킹 목사 기념관은 워싱턴에 지어진 최초의 흑인 기념관이다. 그가 1963년 내셔널 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기념관 광장에서 “나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명연설을 한 지 48주년이 되는 28일 공식 개관할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