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트리폴리 ‘무법천지’… 카다피 고향서 최후 격전 예고
입력 2011-08-25 01:04
리비아 시민군이 이른바 ‘찬란한 문’이라는 뜻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요새 밥 알아지지아를 23일(현지시간) 점령했다. 그렇지만 카다피는 그곳에 없었다. 수도 트리폴리는 독재로부터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는 동시에 치안부재의 불안에 떨고 있다.
릐카다피를 찾아라=현재 리비아 사태의 최대 관심사는 카다피의 행방이다. 그는 스스로 “트리폴리 시내를 잠행했다”면서 수도를 떠나지 않았음을 주장했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시민군은 요새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방문을 열고 카다피를 찾았지만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하 터널을 통해 밖으로 나갔을 수 있다. 다른 지하 공간에 숨었을지 모른다. 애초부터 요새에 없었다’ 등이다. 요새는 규모가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인 6㎢나 되는 데다 시내 곳곳으로 통하는 지하 터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이 CNN·BBC방송 등 외신기자 30여명을 시내 중심부 릭소스 호텔에 최근 5일간 억류해 호텔 지하가 은신 장소라는 추측이 나왔다. 카다피 측은 그러나 이들을 24일 오후 풀어줬다.
릐계속되는 정부군 저항=요새를 뺏긴 카다피 측 정부군은 리비아 곳곳에서 반격에 나섰다.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에서 미스라타 방향으로 스커드 미사일 3발이 발사됐다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밝혔다.
요새에서 퇴각한 카다피군 가운데 일부는 트리폴리 공항으로 가는 도로 주변 등에서 시민군과 대치 중이다. 나머지는 시르테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결전지는 시르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군은 트리폴리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트리폴리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릐트리폴리 치안 부재=트리폴리는 이른바 무법지대가 됐다. 시민군은 카다피 동상의 머리를 자른 뒤 발로 차거나 밟고 다니고 있다. 압델 아지즈 샤피야(19)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여러 친구가 죽었다. 카다피 관저에 들어갈 수 있다니 기뻐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카다피가 연설장소로 이동할 때 탔던 골프카트도 시민군 차지가 됐다. 시민군이 요새에서 각종 무기를 상자째 약탈하는 모습이 여러 외신에 방영됐다. 한 시민군은 “카다피의 침실에서 가져왔다”며 손에 쥔 트로피를 카메라 앞에서 자랑했다.
무기를 든 시민군이 거리를 활보하자 치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린이도 총을 들고 다닌다고 한다. 과도국가위원회(NTC) 본부는 현재 동부 도시 벵가지에 있다. 트리폴리에 평화유지군 파견 의견이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릐한국 대사관 약탈당해=트리폴리 시내의 주리비아 한국 대사관저가 무장세력 30여명에 의해 약탈당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무장세력은 23일 관저에 남아 있던 방글라데시 국적의 현지 행정원들을 위협하고 TV와 가전제품, 가구 등 각종 집기를 약탈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석 백민정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