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휴대전화, 시민군 승리 ‘1등 공신’
입력 2011-08-24 22:16
리비아 사태에서 휴대전화가 ‘전화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줬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지난 2월 시민군 봉기가 시작된 이후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는 미스라타 등지에서 통신망을 끊었다. 시민군 사이의 연락을 두절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전이 시작된 리비아에서 ‘먹통’ 휴대전화는 중요한 전투자산이 됐다. 초기 카다피군이 시민군을 무력 진압할 때, 시민들은 그 현장을 휴대전화에 장착된 사진기로 찍고 동영상으로 녹화했다. 4월과 5월 카다피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가 불타는 장면도 휴대전화에 담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6월 카다피와 그 일가에게 민간인 살상과 관련한 반(反)인류범죄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따라서 향후 카다피가 생포돼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이 사진과 동영상들은 그의 전쟁범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현재 미스라타에서만 15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증거용 동영상이 수집됐다.
휴대전화는 자금 밑천도 됐다. 시민군은 자신과 가족, 이웃의 휴대전화를 팔아 무기를 마련했다. 아부 유세프는 “싸움이 시작됐을 때 우린 무기가 하나도 없었다.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팔아 무기를 샀다”고 회고했다.
시민군을 상징하는 깃발을 알리는 데도 일역을 담당했다. 시민군의 삼색기는 카다피 집권 이전에 사용되던 리비아 국기다. 지난해 말부터 봉기를 준비하던 시민군 지도부는 이 깃발을 휴대전화 사진기로 찍어 은밀히 퍼트렸다. 시민군이 사용했던 옛 리비아 국가도 휴대전화 녹음기를 통해 퍼졌다. 전투 현장에서는 오디오 역할도 했다. 이런 사전작업으로 인해 시민군의 봉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 이들은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일 수 있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