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항전-망명-공멸… 카다피의 선택은?

입력 2011-08-24 18:56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그는 반정부 시민군에 의해 붙잡히거나 달아나거나 자멸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해 공멸을 택하는 것이다.

◇끝까지 싸우나=카다피는 24일(현지시간) 라디오방송 연설에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실제로 리비아 정부군은 그의 연설 뒤 미사일과 탱크를 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정부군은 카다피의 고향인 중부 도시 시르테에서 동부 도시 미스라타를 향해 스커드미사일 여러 기를 쏜 것으로 알려졌다. 튀니지와의 국경도시인 주와라도 포격했다.

카다피가 택한 길이 그가 이날 라디오 녹음연설에서 장담한 것처럼 결사항전일 경우 그가 붙잡히거나 숨지기 전까지 혼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카다피 정부 대변인은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나토군과 시민군의 공격에 저항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해외 망명 가능성=24일 새벽 트리폴리 공항에서는 시민군과 카다피군 사이 치열한 전투가 전개됐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시민군은 정부군이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으로 봐 카다피를 보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공항 주요시설은 시민군에 의해 장악됐으나 동쪽 일부는 정부군이 점거하고 있다.

양측이 공항을 뺏기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카다피의 해외 망명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 일부 국가는 카다피가 도망쳐오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니카라과는 카다피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23일 밝혔다. 일각에서는 카다피의 자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역대 독재자들의 최후 선택에 비춰볼 때 현실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다.

◇화학무기 사용 우려=가장 우려스런 전망은 화학무기 사용이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따르면 리비아에는 겨자가스가 10t가량 있다. 겨자가스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해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는 평가다. 그렇지만 파괴력이 강한 화학무기 특성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미 국방부는 “카다피 세력의 전투 능력은 여전히 위험하다. 리비아의 화학 무기 장소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 내부에서는 카다피 측의 화학공격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의 현장 트위터 중계에 따르면 트리폴리에는 정부 측이 수도에 독극물을 풀었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시민 두 사람이 물을 마시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물을 마시지 말라는 경고도 나돌고 있다고 한다.

카다피가 재래식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해 최후의 발악을 할 가능성도 있다. 리비아에는 스커드미사일이 240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