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D 실험 잠정 중단할 준비됐다”… 김정일, 북-러 정상회담서 밝혀

입력 2011-08-24 22:12

북·러 정상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또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검토하기 위한 3자 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부랴트 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나탈리야 티마코바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이 밝혔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회담은 울란우데 동남쪽 외곽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에 위치한 제11공수타격여단 영내에서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6자 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됐으며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을 잠정 중단(모라토리엄)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티마코바 대변인이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회담 뒤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했다”면서 “특히 가스 협력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북한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를 위해 약 1100㎞의 가스관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이 가스관을 통해 매년 100억㎥의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는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 셈”이라며 “북한이 WMD 실험 중단을 회담을 위한 사전조치가 아니라 협상 대상으로 언급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 들어가면서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 줘서 고맙다”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넸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여기도 우리나라의 한 부분”이라면서 “이웃, 동반자 문제를 얘기할 때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이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번 여정에서 보고 싶었던 것을 다 볼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매우 즐거운 여정이었으며 보내주신 환대에 감사한다”고 답례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러시아와 남·북한을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연간 2530만 달러 규모의 양국 교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한편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이 “북한이 구(舊) 소련으로부터 110억 달러(약 11조9000억원)에 이르는 빚을 졌으며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