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투표] 市 vs 의회 갈등 → 보수 vs 진보 싸움 비화
입력 2011-08-24 18:47
무상급식 논란은 ‘여소야대’ 서울시의회와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갈등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이후 민주당의 ‘무상 급식·보육·의료’ 등 복지정책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했고, 민주당은 “전시성 사업 예산을 무상급식 재원으로 돌리라”며 맞받아쳤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복지이념’ 싸움으로 비화됐던 무상급식 논란은 결국 24일 주민투표로 일단락됐다.
◇한치 양보 없던 무상급식 갈등=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오 시장과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차지한 시의회 민주당 측은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특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민주당 시의원들은 자신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필요한 예산을 시가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저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시의회도 뜻을 꺾지 않았다. 오 시장 측과 시의회 간 물밑 협상이 이뤄지긴 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일 시의회 민주당 측이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결하면서 양측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오 시장은 다음 날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했고, 이후 6개월여 동안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시의회 민주당 측은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 사업 등 오 시장의 핵심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며, 지난 1월 무상급식 조례를 직권으로 공포했다. 시는 예산 편성권 등을 침해했다며 대법원에 무상급식 조례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지난 3월 시교육청과 자치구 21곳의 예산으로 서울 시내 초등학교 1∼4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이 시작됐다.
◇주민투표로 승패 가리게 돼=오 시장은 지난 1월 “무상급식 하나에 발목이 잡혀 교착상태에 빠진 서울시정을 방치할 수 없다”며 시의회에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는 80만1263명의 시민 서명을 받아 지난 6월 16일 주민투표를 청구했다.
시는 검증 결과 “67%의 서명부가 유효했다”며 지난달 1일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시의회 민주당 측은 “대리서명 등 불법적으로 추진됐으며 중립을 지켜야 할 서울시가 개입한 관제 주민투표”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주민투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고, 주민투표 절차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 민주당과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가 중심이 된 진보진영은 투표 자체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투표 불참 운동을 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과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투표 참여 운동으로 맞섰다. 하지만 한나라당 중앙당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진 않았다. 또 지난달 수도권 등을 강타한 폭우에 이어 국제 재정위기까지 닥쳐 주민투표는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21일엔 한나라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