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투표] ‘정치투표’로 변질… 與도 野도 후폭풍 시달릴 듯
입력 2011-08-24 18:47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향후 정치권을 새로운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투표 결과에 따라 정기국회 핵심 쟁점인 복지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논란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이 33.3%가 넘어 오세훈 시장의 승리로 끝난다면 복지재정 확대를 위한 추가 감세철회 주장 등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표 후폭풍은 ‘무상복지’ 시리즈에 제동을 거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을 전망이다. 당초 무상급식 대상 범위를 놓고 치르는 ‘정책투표’였지만 오 시장이 서울시장직이 걸면서 ‘정치투표’로 변질됐고, 이에 따라 여든 야든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일단 여야 모두 패배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일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중앙당 차원에서 주민투표 지원을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당이 주도하는 투표가 아니라 당이 지원하는 투표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있어, 비판의 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패배 시 친박근혜계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24일 “주민투표 투표율이 20%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과 달리 20%를 넘은 이상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은 친박계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레임덕 가속화와 연계 짓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가 사실상 주민투표를 측면 지원한 만큼 선거패배의 ‘불똥’이 청와대로 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도 오 시장이 승리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훨씬 강하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부의 대권 후보 다툼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표 결과는 야권 통합작업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투표 결과에 따라 오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했을 경우 파장은 더 커진다. 특히 여권 내부에선 오 시장의 사퇴시기가 벌써부터 ‘핫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배해 9월 30일까지 사퇴할 경우 10월 26일에, 그 이후에 사퇴하면 내년 4·11 총선과 함께 보궐선거가 각각 치러지게 된다.
여권 지도부는 민심이 좋지 않은 만큼 주민투표에서 지더라도 보궐선거 시기는 내년으로 넘겨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명박계 한 의원은 “시장선거를 총선과 같이 해 선거 프레임이 ‘MB정권 심판’으로 가게 되면 불리해진다”며 “10월 보궐선거로 서울시장을 뺏기면 견제 심리가 작용하게 되고, 이기게 되면 총선 때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역시 10월 보궐선거를 환영하는 분위기만은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10월은 야권통합에 중요한 시기인데 진보정당들이 통합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서울시장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