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용등급 강등] 선진국 ‘꼴찌 등급’… 자존심 구겼지만 큰 위기 없을 듯
입력 2011-08-24 22:18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강등시킨 것은 2002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번 강등 조치에 따라 무디스의 일본 신용등급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같은 수준인 네 번째 등급이 됐다. S&P는 지난 1월 일본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렸다.
◇빚더미에 앉은 日=아사히신문은 24일 “이제 일본의 신용등급은 이탈리아보다 낮고, 중국, 대만과 동급이 됐다”며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경제대국 일본의 자존심에 금이 간 셈이다.
무디스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강등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또 “여러 요인을 종합해볼 때 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의 재정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가부채는 943조8096억엔이다. 이를 일본 인구 1억2792만명(7월 1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1인당 약 738만엔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에서 일본의 국가부채는 올 연말 212.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재정위기가 불거진 미국(101.1%)과 그리스(157.1%) 이탈리아(128.9%)의 국가부채 전망치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올해 일반회계 예산은 92조4000억엔이지만, 세수는 40조9000억엔에 불과하다. 특히 일본 정부는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추가 지출을 계획하고 있어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 불안정도 재정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무디스는 “일본은 잦은 내각 교체로 거시적이고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수행이 힘든 상황”이라고 평했다.
◇급박한 위기 가능성은 낮아=일본 재정난이 심각하지만 당장 위기에 빠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들과 달리 일본은 국내에서 국채의 95% 이상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말 부채를 제외한 가계 순 금융자산이 국채잔액보다 많은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 재팬의 마쓰카와 다다시는 블룸버그에 “일본 신용등급 강등은 시장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세계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올수록 안정자산으로 여겨지는 일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 국채 수익률은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